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상징하는 시민구단의 감독들이 수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 이어 성남 FC 감독마저 시즌 중에 옷을 벗었다. 문제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전가한다는 데 있다. 이 두 구단 역시 평소 선수단 운영 전반에 깊이 관여해 왔으면서도 막상 성적이 떨어지자, 그 이유를 사령탑에서 찾았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두 시민구단이 감독 경질로 위기를 모면하려 든다. 치열한 반성은 없고 책임만 떠넘기려는 것 같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성남은 지난 12일 2년여간 팀을 맡아 온 김학범(56) 감독을 경질하고 18세 이하(U18) 유스팀을 이끌던 구상범(53) 감독을 대행으로 임명했다. 지난 5월까지 상위권을 유지하던 성남은 6월 이후 7위로 떨어졌다. 성남이 추락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외국인 ' 주포' 티아고(23)의 이적에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얘기다. 그렇게 ' 김학범팀'은 득점 부문 선두를 달리던 티아고를 갑작스럽게 잃은 뒤 '공수 루트' 를 찾지 못하고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통 시즌 중에 '에이스' 를 놓친 팀은 반성과 함께 대책 마련에 몰두하는 것이 상식적인 행동이다. 어찌 됐건 팀의 주요 전력이었고, K리그 톱 수준의 공격수를 타 리그에 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남은 티아고가 남기고 갔다는 수십억원의 이적료(34억원) 수입만 부각했을 뿐 그 공백을 채워 줄 대체 자원 영입에 사실상 실패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이 구단 수뇌부에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성남은 감독과 코칭스태프만 잘라 냈다.
비단 성남뿐이 아니다. 인천은 지난달 31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김도훈(46) 감독을 경질했다. 지난해 FA컵 준우승 팀인 인천이 올해 추락한 중심에는 구단 안팎의 문제와 부실경영, 선수단 운영 간섭 등이 있었다. 인천 구단은 베트남 출신 첫 K리거인 쯔엉(21)의 경기 투입 여부 등 감독 고유의 권한인 출전 명단에도 입김을 불었다. 결국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인천은 김도훈 감독의 옷을 벗겼다.
과거 시민구단을 이끌어 본 한 감독은 "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은 경기 운영에 대한 간섭이 정말 심한 곳"이라며 "후배들이 팀을 고른다면 간곡히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오죽하면 이 같은 얘기까지 나오는 것일까. 구단이 일일이 운영에 관여하고 팀 전반을 흔들면서도 그 결과는 언제까지 감독 탓으로만 돌려야 하는 것일까. K리그 내에서 시민구단의 위상을 다시 정립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