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지난 5일부터 약 열흘간 일본으로 떠나 도야마와 도치기, 그리고 가와사키를 거치며 7차례의 연습 경기를 치르고 15일 귀국했다. 전지훈련 성적은 2승5패. 얼핏 보면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간판에 걸맞지 않은 성적이지만 추일승(53)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단의 그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성적보다 더 중요한 '진짜 목표'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신참 외국인 선수 바셋의 점검이었다.
사실 추 감독에게 이번 전지훈련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가 그리던 전지훈련의 밑그림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챌린지에 이승현(24)과 허일영(31), 그리고 장재석(25)이 차출되면서 팀의 주축이 3명이나 빠졌다. 더구나 지난 시즌 우승을 이끈 KBL 최장수 외국인 선수 애런 헤인즈(35)도 뒤늦게 선수단에 합류해 연습 경기 내내 뛰지 못했다. 팀의 고참인 김동욱(35)은 "처음에는 선수 일부가 대표팀으로 빠지고 헤인즈도 뛰지 못하는데 이번 전지훈련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추 감독은 선수단에 '바셋'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해 전지훈련의 목표를 잡아줬다. 사실 외국인 선수가 전지훈련의 중심이 되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다. 전지훈련에 임하는 모든 팀들의 당면 과제는 새로 합류한 외국인 선수의 점검과 파악이다. 당연히 다른 팀들도 대부분 외국인 선수에 초점을 맞추고 전지훈련을 진행한다.
오리온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만 좀 다르다. 조 잭슨(24)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단신 포인트가드로 빠른 스피드와 탄력을 앞세워 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한 잭슨은 오리온을 창단 이후 첫 왕좌에 올려놓고 떠났다. 그 자리를 메워야 할 막중한 책임을 맡은 선수가 바로 바셋이다.
그래서 추 감독은 "바셋이 과연 어느 정도의 선수인지, 플레이 스타일이 어떤지 선수들이 서로 알아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번 전지훈련에서 연습 경기를 통해 서로 잘하는 부분을 알아 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선수들도 그의 주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추 감독은 바셋에 대해 "기대감은 잭슨의 반 정도"라고 평가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선택한 선수라 사전 정보가 많이 없었다는 게 그 이유다. 대신 "어차피 전지훈련에서 하는 건 모두 가짜다. 대표팀에 나가 있는 선수들이 돌아온 뒤에 엮어내는 것들이 진짜다. 내가 얼마나 가꿔야 할지가 관건"이라고 나머지 반을 추 감독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래도 전지훈련에서 보여 준 바벳의 모습은 "괜찮았다"는 평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인성면에서는 선수단 모두 엄지를 치켜 세웠다. 정재홍(30)은 "잭슨과 달리 치고 나가는 스피드가 좋고 친화력이 뛰어나 빨리 적응할 것 같다"고 칭찬했고, 조효현(28)도 "기술이 워낙 좋아 파울이 많이 나올 거다. 막기 힘든 선수가 될 것"이라며 적응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내다봤다.
추 감독은 조금 더 엄격했다. 그는 "작년 잭슨의 예가 있듯이 관건은 바셋이 얼마나 빨리 KBL에 적응하느냐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