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면 잘해서 또 다른 기록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전인지) "전인지가 역사를 새로 만들었다."(LPGA 홈페이지) '플라잉 덤보'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세계 남녀 골프사에 새 역사를 썼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세계 남녀 골프를 통틀어 72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으로 우승한 전인지에 대해 해외 언론들도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전인지는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마지막 날) 19언더파가 (메이저 대회 최저타) 타이 기록이라는 사실을 알고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더 코스와 나와의 게임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그래서) 차분해 지려고 했으며 (여러) 부담감을 내 스타일로 소화해 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18일(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리조트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 전인지는 이날 2타(버디 3개, 보기 1개)를 더 줄여 최종 합계 21언더파(263타)로 공동 2위 박성현(23·넵스)과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이상 17언더파)을 4타 차로 따돌리고 퍼팩트 우승을 일궜다.
전인지는 이로써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2015 US여자오픈)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로 장식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 1998년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박세리(39) 이후 18년 만에 처음이다.
특히 전인지가 기록한 21언더파는 종전 LPGA투어의 메이저 대회(19언더파·청야니 등)와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메이저 대회(20언더파·제이슨 데이, 헨릭 스텐손 등)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새 기록이다. 또 합계 263타는 지난 1992년 벳시 킹(미국)이 LPGA 챔피언십에서 적어낸 267타를 4타나 경신한 것으로 24년만에 나온 최저타 신기록이다.
미국 CNN은 "21언더파는 PGA투어에서도 없었던 기록이다. 22세인 전인지가 결점이 거의 없는 플레이로 대업적을 세웠다"고 극찬했다. LPGA투어 홈페이지는 "전인지는 박세리에 이어 자신의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일궈내며 골프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미국 골프채널과 AP통신 등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세 번째 샷과 3m 가량의 파 퍼트를 신기록 작성의 '오늘의 샷'으로 꼽았다. 전인지는 티샷이 왼쪽으로 밀리면서 깊은 러프에 빠져 한 타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레이업으로 공을 페어웨이으로 꺼냈지만 핀까지는 약 95야드가 남았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샷을 홀 3m에 붙이면서 파세이브에 성공했다. 이 파 퍼트를 넣어 최다 언더파와 최소타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그렇게 최고조의 압박감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전인지의 긴장을 풀어준 숨은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캐디 데이비스 존스의 한 마디였다. 전인지는 "존스가 '파세이브를 하면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그럼 가장 비싼 걸 먹겠다'고 답했다. 존스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으며 긴장이 풀렸다"고 말했다.
전인지는 이번 우승으로 19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리디아 고(뉴질랜드), 에리야 쭈타누깐(21·태국)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또 신인상도 사실상 확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승 상금 48만7500달러(약 5억4900만원) 외에 부상으로 롤렉스 시계와 티파니 목걸이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