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급격한 하락세에 베테랑 마이클 캐릭(35)과 웨인 루니(31)의 운명이 엇갈렸다.
조세 무리뉴(53) 감독의 맨유는 첫 번째 위기를 맞았다. 지난 18일(한국시간) 치러진 왓포드와의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1-3으로 패하며 공식 경기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커뮤니티 쉴드 우승을 시작으로 헐시티와의 EPL 3라운드까지 4연승 가도를 달렸지만,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졸전을 거듭하며 좀처럼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폴 포그바(23) 경기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포그바는 올 여름 8900만 파운드(약 1300억 원)라는 천문학적인 이적료를 기록하며 맨유에 입성했다. 자연스레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지만, 지금까지 포그바의 경기력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포그바는 맨유 이적 후 모든 대회를 통틀어 5경기에 풀타임으로 출전했지만, 단 한 개의 공격 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경기 내용을 보더라도 포그바의 존재감은 유벤투스에서 만큼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무리뉴 감독은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앞서 16일 페예노르트와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포그바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하기도 했으나 이마저도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
이 가운데 전 맨유 선수 대니 히긴보텀(38)은 포그바의 부활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 히긴보텀은 20일 영국 ‘더 선’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캐릭은 견고한 수비력으로 맨유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폴 포그바(23)에게 자유를 부여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반면 루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히긴보텀은 “나는 루니가 여전히 매우 중요한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포그바·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5)와 함께 뛰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마이클 캐릭 : 맨유 부진 탈출의 열쇠
캐릭은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 6월 맨유와 1년 계약 연장에 합의하며 ‘전설’의 반열에 한 걸음 가까워졌지만, 올 시즌 단 1경기 출전에 그치고 있다. 지난달 레스터 시티와의 커뮤니티 쉴드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이후 단 한 경기에도 출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긴보텀은 캐릭이 맨유 반드시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4-3-3 전형의 가동을 위해서였다. 히긴보텀은 “맨유는 4-3-3 전형에 적합한 선수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특히 포그바는 유벤투스의 4-3-3 전형에서 안드레아 피를로·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와 함께 좋은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그바는 4-3-3 전형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유벤투스 시절 다양한 전형을 경험했지만, 4-3-3 전형에서 폭발적인 활약을 펼치며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포그바 역시 맨유 이적 후 “4-3-3 전형에서 왼쪽 미드필더가 내 최적의 위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히긴보텀은 이 같은 모습을 맨유에서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포그바는 캐릭과 함께 4-3-3 전형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안데르 에레라(27) 혹은 모르강 슈나이덜린(27) 혹은 헨릭 미키타리안(27)을 기용한다면 최적을 조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캐릭의 기용을 추천한 사람은 또 있다.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42)는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캐릭이 포그바의 파트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캐릭은 어디서든 포그바를 잘 이끌어 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현지 언론까지 가세했다. 영국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스콜스의 발언을 인용하며 “무리뉴 감독은 포그바를 위해 캐릭을 복귀시켜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 웨인 루니 : 이제는 벤치를 지켜야 할 때
루니는 올 시즌 내내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페예노르트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맨유의 역습 상황에서 흐름을 끊기 일쑤였으며, 중원에서 공의 소유권을 뺏기는 일도 잦았다. 그러면서도 1골 2도움을 올리긴 했으나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가운데 영국 잡지 ‘레드이슈’는 설문 조사 결과를 공개하며 99.08% 맨유 팬들이 루니의 선발 제외를 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히긴보텀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루니는 끝났다’ 혹은 ‘루니는 더 이상 뛰지 못한다’ 혹은 ‘루니는 예전의 능력을 잃어버렸다’고 평가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루니는 맨유에서 존경받아야 하는 선수임에 틀림없지만, 이브라히모비치·포그바와는 동시에 뛰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루니는 무리뉴 감독 부임 이후 4-2-3-1 전형에서 10번 역할(처진 공격수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을 맡고 있다. 10번 역할의 선수는 일반적으로 득점으로 직결되는 패스를 찔러 넣어야할 뿐만 아니라, 최전방 공격수들이 창출한 공간으로 침투해야 하는 역할까지 짊어지고 있다. 그러나 루니는 이러한 능력을 갖고있지 않다는 것이 히긴보텀의 주장이다.
히긴보텀은 “이브라히모비치와 루니는 빠른 주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브라히모비치가 최전방에서 공간을 만든다면, 루니는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하지만, 그는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유형의 선수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세 무리뉴 감독의 맨유는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팀과 선수들에 적합한 체계를 찾아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캐릭과 루니의 운명은 무리뉴 감독의 손에 달려 있다. 무리뉴 감독은 지금까지 캐릭은 외면해 온 반면 루니는 무한 신뢰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