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한가위 시리즈' 주인공이다. 5강 경쟁팀 KIA에 2연승을 거두며 4위로 올라섰고, 상대 전적에서 4승 8패로 뒤졌던 삼성에게도 2연승 거뒀다. 6위 SK와 승차는 4.5경기까지 벌렸다. 잔여 경기 일정도 나쁘지 않다. 다시 유광점퍼를 입을 생각에 LG팬들은 들뜨고 있다.
하지만 사령탑 양상문 감독은 마음을 놓지 않았다. 2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만난 양 감독은 "부담감은 줄었느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했다. "당일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할지 생각이 많다"고 덧붙였다. LG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현재 상황을 애써 의식하지 않으려했다. "중요한 시기에 선수들이 잘 해주기도 했지만, 경쟁팀들이 치고 나오지 못하면서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양 감독 경계는 이해할만하다. LG가 8월 초 9연승으로 기세를 올렸듯이, 다른 팀도 언제든지 상승세를 탈 수 있다. LG에게 부침이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눈앞에 경기에 집중하려는 자세가 바람직해 보인다. 양 감독은 6연승 뒤 만난 8월 10일 인천 SK전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LG는 2014년 보여준 대반전을 재연하고 있다. 당시 LG는 전반기 한 때 승률 0.38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양 감독 부임 이후 차츰 전열을 정비한 뒤 기어코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 시즌도 한 때 승패 차이가 '-14'까지 벌어졌다. 8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하지만 후반기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선발진과 타선이 모두 좋은 컨디션을 오래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삼성전에서 비로소 5할 승률을 회복했다. 양 감독도 "목표로 세우기엔 5할 승률 회복이 멀어보였다"고 인정할 만큼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올 시즌은 몇 차례 연승으로 단번에 승패 차이를 줄이며 2014년보다 수월하게
동반 상승한 타자들의 타격감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하지만 양 감독은 "특정 선수들만 활약하는 게 아니고, 출전하는 선수들이 골고루 좋은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동반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남은 잔여 경기 수도 적당한 수준이라고. 선발 투수 우규민을 불펜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다음주까지 1주일에 3경기 씩만 잡혀 있는 일정 덕분에 로테이션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을 대비하려면 선수의 실전 감각 유지도 필요하다. 양 감독은 "우규민이 직접 불펜 등판 의지를 전했다. 일단 컨디션을 고려해 결정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5강 진입을 노리는 6위 이하 팀들에게 빈틈이 보이질 않는다. LG는 20일 대전 한화전에서 선발 전원 안타, 선발 투수 소사의 호투로 11-3 대승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