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RB코리아)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그룹 최고경영자(CEO)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 피해자 가족과 한국 사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은 없다면서 배상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어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영국 레킷벤키저 라케시 카푸어 CEO는 영국 슬라우에 위치한 본사에서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와 피해자 가족 대표단을 만나 "희생자와 가족들, 그리고 한국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고 이후 옥시 영국 본사 경영진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푸어 CEO는 "많은 가정에 아픔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초래한 것을 인정한다"며 "한국 옥시 레킷벤키저와 함께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사건 재발을 막기 위해 옥시 레킷벤키저의 전 제품에 대한 안전성 검사와 조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카푸어 CEO는 "RB코리아의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며 본사 책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또 일부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는 배상원칙에 대해서도 기존에 정한 수준으로 배상한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우원식 국정조사 특별위원장은 "카푸어 CEO는 지난 2011년 질병관리본부가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제품 판매 중지를 권고한 이후 법적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는 본사 책임을 인정했다"면서도 "그 이전에 대해서는 한국 옥시 측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혀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강찬호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 대표는 "본사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오늘 사과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납득할 수 있는 피해대책을 공개적인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