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28일 발효됐다. 해석에 따라 이 법은 한국 학원스포츠를 뿌리부터 변화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 현장과 정부 부처 차원의 대응은 미비하다.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8월 아마추어 스포츠 지도자도 법 적용 대상이 된다고 해석했다. 교육 공무원 신분이 아닌 기간제 교사나 전임 코치 등도 해당된다. 다른 대상자와 마찬가지로 대가성이 없더라도 3만원 이상 식사 대접, 5만원 이상 선물을 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 시행은 금품 수수 등 학원 스포츠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기회다. 그런데, 김영란법이 학원 스포츠에 미칠 영향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많은 학교 운동부는 학부모들의 회비로 운영된다. 법률적으로는 ‘학교 운동부 관련 후원금’이다. 학교체육진흥법 제11조 5항은 “학교의 장은 학교 운동부 관련 후원금을 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2에 따라 설치된 학교 회계에 편입시켜 운영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후원금으로 지도자 급여를 충당한다면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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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에서 김영란법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감사관실 관계자는 “강제성이 있는 후원금이라면 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많은 학교에서는 후원회 규정에서 학부모 회비를 정하고 있다. 자발적인 후원금이 아니라 사실상 회비 납부를 강제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의무교육 제도 아래에서 학부모가 지도자 인건비를 부담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도자 급여는 ‘직무관련성’이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9월 28일 김영란법이 발효됐지만, 운동부 후원금에 대해선 교육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적으로 지침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전달한 일은 없다. 문체부 관계자는 “김영란법 담당 부서에 의견을 전달하는 단계다. 아직 지침을 만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한 고교 야구부장은 “체육진흥법에 따라 후원금이 학교 회계로 편입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학원 엘리트스포츠는 사실상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과거 국가나 학교 재단에서 부담했던 운영비를 학부모에게 전가시킨다. 이 구조에서 입시비리, 불공정한 선수 기용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은행 선수 출신인 정진구 대한야구협회 관리위원장은 “내가 고교에서 야구를 할 때만 해도 학부모가 돈을 내서 부를 운영한다는 발상은 없었다. 잘못된 관행이 만들어져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영 경북체육중고등학교 교장은 “학교체육진흥법의 후원금 규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 후원이란 독지자가 자진해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후원금은 사실상 강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아직 학교 운동부 후원금에 대해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았다. 최종적으로 불법 행위라는 해석이 내려진다면 학원 엘리트스포츠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하다. 당장 운영비를 조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인터뷰에 응한 고교 야구부장은 “운동부 운영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영 교장은 “지금의 후원금 제도는 분명히 잘못됐다. 하지만 학교 전임코치 급여가 최저생계비 수준인 것도 사실이다. 학부모가 부담해 온 비용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