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A매치 기간 동안 각국 대표팀 주요 선수들의 부상이 줄을 잇고 있다. 문제는 부상자 중 대부분이 유럽 클럽팀의 주축 선수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빅리그 감독들은 소속 선수가 부상을 안고 돌아올까 봐 노심초사다.
호셉 과르디올라(45)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감독은 그중에서도 특히 속이 쓰리다.
10일(한국시간) 팀의 간판 골잡이 세르히오 아게로(28)의 부상 비보를 접했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이날 "왼쪽 다리를 다친 아르헨티나 공격수 아게로가 12일 파라과이와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에 나서지 못한다"며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아게로를 빼고 니콜라스 가이탄을 불러들였다"고 보도했다. 최근 부상으로 쓰러진 '특급 미드필더' 케빈 데 브루잉(24)에 이어 골잡이까지 잃은 셈이다.
아게로의 부상 정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표팀에서 중도 하차했다면 경미하진 않을 것이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아게로는 지난 시즌 맨시티에서 24골을 쏟아 내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 2위에 오른 에이스다.
불운은 계속됐다. 맨시티는 같은 날 주전 수비수 바카리 사냐(33)까지 잃었다. 프랑스 대표로 나선 사냐는 지난 8일 열린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불가리아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됐다. 프랑스축구협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허벅지 부상인 사냐를 대표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맨시티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감독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연봉 1500만 파운드(약 220억원)에 과르디올라를 영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구단의 투자에 보답했다. 맨시티는 정규 리그 7경기서 승점 18(6승1패)을 기록하며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정규 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등을 포함한 각종 대회까지 따지면 10승1무1패다.
그동안 지역 라이벌이자 세계적인 명문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 밀려 숨죽이고 지낸 맨시티 팬들은 올 시즌을 자존심 회복의 적기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아게로와 사냐의 부상은 부임 첫해부터 다관왕을 노리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상승세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마르카는 "맨시티는 빡빡한 경기 일정을 앞두고 있다"며 "아게로가 제때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면 과르디올라 감독과 맨시티에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네딘 지단(44) 레알 마드리드 감독도 걱정이 크다. 안 그래도 부상자가 많은데 팀 베테랑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0)가 A매치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입었다. 10일 러시아월드컵 유럽 예선 스페인-알바니아전에 출전한 라모스는 후반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졌고 이후 즉시 교체됐다. 마르카는 "라모스의 왼쪽 무릎 부상이 우려된다"며 "앞으로 한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로써 최근 루카 모드리치,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주축 중원과 공격의 핵심을 잃으면서 수비 라인에 큰 구멍이 생겼다. 갈 길 바쁜 지단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지난 시즌 중반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지단 감독은 9월 22일까지 정규 리그 16연승을 이끌었다. 2010~2011시즌 바르셀로나가 남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최다연승과 같은 기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단팀'이 흔들리고 있다. 리그 3경기에서 승리 없이 3무만 수확했다. 그사이 레알 마드리드(승점15·골득실+9)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승점15·골득실+12)에 선두를 내줬다.
이 밖에도 바르셀로나의 '슈퍼스타' 네이마르(24·브라질), 리카르도 몬톨리보(31·AC밀란), 라이언 버틀랜드(27·사우샘프턴) 등이 이번 A매치 기간에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클럽팀과 대표팀이 차출을 두고 마찰을 빚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07년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팀의 간판 스트라이커 티에리 앙리가 프랑스 대표팀에 차출됐다가 부상을 안고 돌아오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냈다. 벵거 감독은 장기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앙리를 두고 "프랑스는 대표 선수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며 "앙리가 다친 건 프랑스 탓"이라고 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