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스카이돔은 개장 첫 해부터 가을잔치를 열게 됐다. 역사적인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앞두고 손님 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실내 장식부터 달라졌다. 가을의 축제 분위기가 물씬 난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장면. 외야 상단에 줄지어 걸린 선수들의 이름과 등번호다. 유니폼의 뒷면을 표현해 만든 현수막들이다.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팀 대다수는 거사를 앞두고 특별한 현수막들을 제작한다. 대부분 각 팀을 대표하는 간판 스타들의 사진이 프린트돼있다. 가을 야구를 준비하는 구단의 캐치 프레이즈가 커다랗게 찍혀 있기도 하다. 그러나 넥센의 현수막 행렬은 조금 더 특별하다. 선수 49명의 이름을 일일이 전시해놨다.
1번 양훈부터 96번 김윤환까지, 등번호 순서에 따라 한 명도 빠짐이 없다. 올 시즌 넥센의 1군 엔트리에 단 하루라도 이름을 올렸던 선수 전원이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는 선수 28명만 포함될 수 있다. 외야에 이름이 걸린 49명 가운데 21명은 이번 가을 잔치에 참가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넥센이 이들 모두의 이름을 함께 걸어 놓은 이유가 있다. 넥센 관계자는 "올해 경기를 뛴 건 28명의 선수만이 아니다. 이 모든 선수들이 다같이 뛰면서 올해 우리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는 의미로 1군에 올라왔던 모든 선수의 이름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 넥센이 거둔 성과와도 일맥상통한다. 넥센은 투타의 중심 선수들이 대거 빠져나간 채로 시즌을 시작했다. 아예 새 판을 짜야 했다. 최하위 후보로도 꼽혔다. 그러나 부정적인 전망을 보란 듯이 뒤엎었다. 새 얼굴들이 나타나 맹활약했다. 화려한 스타플레이어들의 공백을 부족함 없이 메웠다. 지난해 정규시즌 4위에서 올해 3위로 오히려 한 계단 더 올라섰다.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자격을 안고 당당히 가을 무대에 나섰다.
올해 팀 안팎으로 어수선했던 넥센이다. 그러나 올해 그라운드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값진 수확을 거뒀다. 위풍당당하게 걸려 있는 49장의 현수막이 넥센의 2016년 가을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