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기업의 오너 3명 중 1명이 주식을 담보로 잡힌 것으로 나타났다. 총 규모는 6조4000억원에 달했다.
12일 기업경영성과 분석사이트 CEO스코어가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30대 그룹 오너 일가 363명의 주식 담보 대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9월말 기준으로 전체의 30.3%인 110명이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담보 잡힌 주식의 총 가치는 6조4173억원으로 전체 보유주식가치 67조8616억원의 9.5%에 달했다. 해당 비율은 지난해 기준 9.1%보다 0.4%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주식담보액 1위 그룹은 효성으로 오너 일가가 보유한 총 주식 가치 1조7958억원 중 무려 76.1%(1조3668억원)를 담보로 제공했다. 이 중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효성 사장이 548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2위는 두산그룹으로 총 8677억원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주식 담보 제공자만 15명에 달한다. 박정원 회장이 136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박지원 부회장(908억원)·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778억원)·박진원 전 두산 사장(777억원) 등 순이었다.
CJ그룹은 주식담보금액이 8370억원으로 3위였다. 이재현 회장 홀로 자신이 보유한 주식 2조3854억원 중 35.1%를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해에 비해 담보 잡힌 주식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현대그룹이었다. 현대그룹 오너일가의 올해 주식 담보 비중은 총 주식가치 2723억원 중 1166억원으로 42.8%에 달했다. 지난해 100억원에 비해 급증한 것이다. 현대상선 등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너 일가가 대출을 위해 보유 주식을 담보 맡긴 결과로 보인다.
2위 역시 한진해운이 속한 한진그룹이었다. 같은 기간 오너 일가의 주식담보비율은 17.8%에서 54.0%로 무려 36.2%포인트 상승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해 주식담보 제공액이 전혀 없었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 등을 맞으면서 보유주식 가치 2206억 원 중 52.7%(1163억 원)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그룹 오너일가 중 이재용 부회장은 주식담보가 없었으며 이부진·서현 자매의 주식담보 비율은 각각 지난해 2.2%에서 1.6%, 1.3%에서 0.9%로 소폭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