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BS ' 런닝맨' 조효진 PD와 '아빠를 부탁해' 장혁재 PD가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딱 1년 만인 9월, 사표가 줄줄이 이어졌다. '강심장' 박상혁 PD와 '멱PD'로 불린 ' 런닝맨' 김주형 PD가 사표를 제출했다. MBC도 올해 초 스타 PD들의 사표를 받았다. '아빠 어디가' 김유곤 PD를 비롯해 전성호 PD·유호철 PD·' 복면가왕' 민철기 PD 등이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복수의 연예관계자에 따르면 SBS 예능국의 분위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긴장감이 흐른다. 예능국 수입 감소로 인한 연봉 삭감 등의 흉흉한 이야기가 전해졌다. 예능국을 중심에서 이끌던 PD들의 잇따른 사표 제출과 예능국의 경직된 분위기가 말해 주듯 SBS 예능국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불과 6~7년 전만 해도 SBS는 지상파 3사 중 콘텐트 개발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는 채널이었다. 하지만 어느샌가 콘텐트 경쟁력보다 시청률 우선주의를 중시하면서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현재 SBS 예능국에서 타 채널과 차별화되는 독보적인 콘텐트의 프로그램을 고르라고 한다면 '미운 우리 새끼' 정도다. tvN·JTBC에서 만들어 내는 신선한 볼거리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년 시청층을 겨냥, 높은 시청률을 거둘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당장 시청률 성적은 나쁘지 않다. 화요일 '불타는 청춘'과 목요일 '자기야', 금요일 '정글의 법칙' '미운 우리 새끼' 등 모두 동 시간대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멀리 내다봤을 때는 콘텐트 투자와 개발이 필요하다.
SBS 관계자는 "현재 콘텐트 경쟁력과 상관없는 보고 체계를 가지고 있다. 경영 실패의 직격탄을 예능이 독박 쓰고 있다. 콘텐트가 점점 올드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도 시청률 위주의 관료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며 "콘텐트 회사로 바뀔 타이밍을 놓쳤다. 이젠 내용이 좋으면 플랫폼을 차별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현재 CJ가 추구하는 젊은 취향의 프로그램과 그에 투자를 하던 SBS의 과거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C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오래된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 복면가왕' '마이 리틀 텔레비전' 이후 폭발적인 화제를 일으킨 신규 예능이 없다. 현재 이 예능들도 1년 넘게 방송되면서 프로그램 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타이밍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는 SBS와 MBC에 앞서 이러한 예능국 변화의 바람을 가장 먼저 느꼈다. 그 결과 현재는 좀 더 신선하고 과감한 시도를 연이어 펼치고 있다. 젊은 PD들이 참여할 수 있게 기회의 장을 넓히고 시대의 흐름에 맞는 예능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비지상파 채널과 비교했을 때 그 파워나 영향력이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지상파예능국이 빠른 방송계 변화의 흐름에 맞춰 좀 더 바짝 긴장의 끈을 조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