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삼각별' 메르세데스 벤츠의 독주가 무섭다. 아우디·폭스바겐의 판매중지 사태의 여파로 수입차 시장이 위축됐지만 신형 E클래스를 앞세운 벤츠는 나 홀로 고성장을 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법인 설립 이래 최초로 '숙적' BMW를 제치고 연간 판매왕 자리를 거머쥘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BMW가 2008년 이후 줄곧 국내 수입차 시장 1위를 유지한 지 9년 만이다.
수입차 1위 대관식만 남아 1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메르세데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5087대를 판매해 3개월 연속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BMW코리아는 이보다 2056대 적은 3031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벤츠는 올 들어 9월까지 총 6번의 월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 BMW와 엎치락뒤치락 1위 자리를 경쟁했지만, 지난 6월 신형 E클래스를 출시한 이후로는 줄곧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까지 누적 기준으로 벤츠는 전년 동기보다 10.5%가량 증가한 3만8594대를 기록한 반면, BMW는 9.5%가량 줄어든 3만1870대에 그치면서 사실상 1위 경쟁은 종결됐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만약 벤츠가 여세를 몰아 올해 연간 판매 1위를 달성한다면 수입차 시장의 새 역사를 쓰는 것으로 의미가 크다.
벤츠가 올해 판매 1위에 오르면 이는 2003년 한국법인 설립 이후 첫 기록이다. 지난 7년간 연간 판매 1위는 늘 BMW의 차지였다. 벤츠는 지난해 BMW를 턱밑까지 추격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2위에 그친 바 있다.
벤츠가 수입차 연간 5만대 판매 브랜드 시대를 열게 될지도 주목된다. 그동안 꾸준히 1위를 지켜온 BMW는 지난해 4만7877대를 판매하며 아쉽게 5만대 고지를 넘지 못했다. 당시 벤츠는 4만6994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제 남은 기간은 석 달. 벤츠가 이 기간 1만1506대 이상을 판매하면 수입차 시장의 첫 연간 5만대 판매 돌파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월 평균 4000대만 넘기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기에 지금 같은 추세라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BMW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신형 7시리즈가 제 몫을 해 주지 못하고 있고 주력인 5시리즈도 내년 초 완전변경(풀 체인지)를 앞두고 정체된 상황이다. 여기에 BMW가 최근 도입한 견적실명제로 판매가 위축된 것도 또 다른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벤츠 신형 E클래스의 강세가 올 연말까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E클래스의 인기에 대항할 만한 신차가 없는 BMW의 막판 역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스트셀링카 자리도 넘봐 벤츠는 내친김에 모델별 순위에서도 1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1위는 BMW의 520d로, 총 4481대가 판매됐다. 2위는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4301대)이고, 3위는 렉서스 ES300h(4000대)가 각각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 다크호스로 주목하고 있는 차종은 4위인 벤츠 E300(3851대)이다.
티구안의 경우 배출가스 조작으로 지난 8월부터 판매가 전면 중단된 상태이고, 렉서스 ES300h는 BMW 520d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으로 보이는 반면 벤츠 E300은 지난 6월 신차 출시 이후 무서운 기세로 판매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벤츠 E300은 지난 7∼9월 석 달 동안 월평균 1051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같은 기간 월평균 498대 판매에 그친 BMW 520d를 맹추격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베스트셀링카의 영예는 벤츠 E300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만약 E300이 베스트셀링카 타이틀을 차지하면 7019대 판매로 1위에 올랐던 2011년 이후 5년 만에 1위 자리를 되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