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불구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국내 최대의 벼룩시장 위아자 나눔장터 때문이다. 오후 들어 비가 굵어졌지만 위아자 나눔장터를 둘러보기 위한 10만여 명의 시민들이 찾았다.
위아자 나눔장터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에서 진행하는 사회 소외계층을 돕기 위한 벼룩시장이다. 올해로 12회째를 맞은 위아자 나눔장터는 지난 2005년 처음 시작돼 매년 진행되고 있다. 중앙일보·JTBC·서울특별시 등이 주최하며 아름다운가게·위스타트 등이 주관한다. 판매된 모든 물품의 수익금 절반 이상은 위스타트와 아름다운가게를 통해 저소득층 아동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이날 서울에서 진행된 행사는 광화문 광장 도로를 전면 통제한 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진행됐다.
JTBC플러스 등 중앙미디어그룹 각 계열사에도 총출동해 부스를 열고 안 입는 의류, 안 쓰는 물건 등을 가져와 싸게는 1000원부터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다. 중앙미디어그룹 계열의 메가박스는 구경 온 시민들의 심심한 입을 채워주기 위해 무료로 팝콘을 나눠줬으며, JTBC에서는 각종 퀴즈·다트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위아자 나눔장터에서도 예년과 같이 스타와 명사들의 기증품 경매 행사가 위아자 현장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선물받아 최근까지 관저에서 사용한 고급 종지를 기증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도자기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직접 찍은 사진 액자를, 염수경 추기경은 '자비의 성모 이콘' 판화를 기증했다.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등의 스타 기증품도 다수 나왔다. 김연아는 친필 사인을 더한 자신이 사용했던 스케이트화를, 손연재는 올림픽 기간 중 착용했던 국가대표 선수단 외투를, 아이돌 그룹 샤이니는 운동화와 모자 등을 보내왔다.
시민들이 직접 차린 부스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번 위아자 나눔장터에는 100여 개의 시민 부스가 마련됐다. 안 입는 의류부터 가방·신발·생활집기·아동용 악세서리·각종 만화 피규어·장난감 등이 좌판에 즐비했다. 셔츠나 치마 등 가벼운 옷가지는 대부분 1000원에 팔렸으며 두꺼운 겨울용 외투는 2만5000원까지 다양한 가격에 나왔다.
사람들의 흥정 소리도 가득했다. 3만원대에 판매하던 패딩 제품을 두고 몇 천원 싸게 달라는 중년 손님부터 레이스가 화려하게 달린 치마를 두고 '자녀분한테 딱이에요'라며 소비자 비위를 맞춰주는 말도 들렸다.
비가 오는 굳은 날에도 많은 시민들의 찾아 참가자들도 신이 났다. 옷과 신발 등을 판매한 서울 강남에서 온 천예윤(25)씨는 "비가 오는데도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오고 물건도 많이 팔아 기분이 좋다"며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좋은 의도로 열리는 위아자 나눔장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신청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녀의 경제 교육을 위해 판매 신청을 한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역삼에서 온 최근화(42)씨는 "아이가 더이상 쓰지 않는 물건들을 여럿 가지고 나왔다"며 "아이가 이런 장터에 와보고 싶어했고 참가하면 경제 교육도 될까 기대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최씨의 자녀 윤은지(9)양은 이날 판매 금액 절반이 들어 있는 봉투를 보여주며 "이만큼 팔았어요"라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구경하려 왔다는 서울 서초구에 사는 이해진(30)씨는 "비가 오는데도 판매 행사가 열린다고 해서 방문했다"며 "옷부터 여러가지 물품을 다 팔아서 쇼핑 즐겁게 하다 간다. 오랜만에 시장 느낌도 나고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