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방을 위한 지략일까? '구르미 그린 달빛'이 마지막 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김유정의 활약이 초반보다 미비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17일 방송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 17회에서는 박보검(이영)에게 칼을 겨눈 곽동연(김병연)의 자폭으로 궐 밖으로 빠져 나가 목숨을 구하는 정해균(홍경래)과 김유정(홍라온)의 모습이 전해졌다.
수거해야 할 떡밥과 깔아놓은 이야기가 많아서 일까, 아니면 극중 상황처럼 잠시 몸을 숨기는 것이 마지막 회에 펼쳐질 스토리상 좋은 것일까. 이후 김유정은 간간히 모습을 드러낼 뿐 이렇다 할 존재감은 내비치지 않았다. 체감 분량은 5분이 채 안 됐다.
문제는 김유정이 없어도 특별한 부족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초반 풋풋하고 달콤한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유입시켰던 '구르미 그린 달빛'은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로맨스를 바탕으로 한 정치 스토리에 치중하면서 김유정은 그 중심에 있지만 또 없는 인물이 됐다.
사랑받는 여주인공에게 치명적인 평가는 바로 '민폐'다.
정해균이 등장하면서 정치 세력이 또 갈리고 정해균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하자 일부 시청자들은 '홍경래 홍라온 부녀가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홍라온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축축 쳐진다'는 반응도 나타냈다.
이는 시청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도록 스토리를 전개시킨 이유가 가장 크다. '구르미 그린 달빛' 초반 김유정은 남장 여자로 16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노련한 연기력을 뽐냈다. 비주얼에 연기력까지 뭐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존재감을 자랑한 것.
김유정으로 인해 '구르미 그린 달빛'에 '입덕'한 시청자들도 상당하다. 홍삼놈이 홍라온으로 제 정체성을 찾았을 때 시청자도 응원했고 세자 만큼 아꼈다. 하지만 정작 '구르미 그린 달빛'은 김유정을 이용하는 듯 활용하지 않으면서 '여주인공 실종', '여주인공 캐릭터 붕괴'라는 말까지 나오게 만들고 있다.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후 남장한 모습이 그림으로 그려져 지천에 깔렸음에도 끝까지 남자 옷을 고집하는 모양새나, 힘은 없지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고자신 때문에 다쳐 목숨이 위태로운 곽동연 앞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은 치솟았고 시청자들은 일부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도 애써 받아들이며 마음을 활짝 열고 '구르미 그린 달빛'에 애정을 표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질타는 더욱 따끔하다.
김유정은 분명 박보검과의 사랑이 이뤄지기 위해서만 필요한 존재는 아니었다. 온갖 역경을 뚫고도 이뤄진, 혹은 단단해진 사랑을 표하고 싶었더라도 김유정의 후반 활용도는 아쉽다.
이제 믿을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청자들의 만족도를 채워줬던, 그래서 신뢰를 쌓았던 지난 3개월간의 여정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이 최종회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존재 가치를 찾아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