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태양의 후예'가 있었다면 하반기는 '구르미 그린 달빛'이 완성했다. 올해 KBS는 송중기·송혜교·박보검·김유정을 통해 얻을 것을 다 얻었다.
특히 '구르미 그린 달빛'은 KBS로서도 '모 아니면 도'인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경쟁작 SBS '달의연인-보보경심 려'는 오픈 전부터 차원다른 물량 공세를 자랑했고 100% 사전 제작으로 드라마를 예쁘게 꾸며낼 시간도 충분했다.
하지만 결과는 '구르미 그린 달빛'의 압승. '이 어린 배우들을 데리고 되겠어?'라는 우려도 3회 만에 말끔히 씻어 내렸다. 광고 역시 완판에 완판을 거듭했다. 박보검 김유정이 일궈낸 뛰어난 성과는 결코 시청률 하나로만 평가할 수 없다.
'19세 세자'로 분한 박보검은 동안 비주얼에 한층 깊이있는 연기력으로 세자 이영을 온전히 저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오글거리는 대사도 찰떡같이 받아먹는 스킬은 비주얼에 연기까지 되는 거물급 스타 탄생을 알렸다.
'16세 여주'라는 편견을 완벽하게 깬 김유정은 남장연기부터 애틋한 로맨스까지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 '김유정이 아니었으면 어쩔 뻔했나'라는 극찬을 한 몸에 받았다. 대사 한 마디 없이 눈빛으로만 모든 감정을 표현해 낸 '독무대'는 최고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연이 작품의 '신의 한 수'가 되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곳곳에서 신스틸러들이 튀어 나오게 마련이고 스토리가 산으로 가면 그 모든 책임을 떠안는 일이 더 많다. 드물기 때문에 현실화 된다면 무조건 승승장구다. 확률 낮은 게임에서 박보검 김유정은 승기를 잡았고 맡은 바 소임을 200% 해내면서 이를 시청자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줬다.
때문에 올 연말 연기대상 시상식도 기대해 봄 직 하다. '태양의 후예' 팀 바로 옆 테이블에서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여러 번 무대에 불려 나가지 않을까. 연기력을 인정받는 것은 물론 로맨스 사극계의 한 획을 그은 만큼 커플상 역시 따놓은 당상으로 여겨진다.
이른 설레발이지만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고 현생에서 다시 만난 박보검 김유정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도 쏠쏠한 재미를 불러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