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어트' 정조국(32·광주 FC)이 담담하게 말했다. 올해 나이 서른둘의 '베테랑'답게 국가대표 합류설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다는 것보다 경기장에서 그만한 실력을 보여 줬는지부터 생각하는 선수다.
정조국은 23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 속에 득점 연결은 실패했지만 시종 공격의 선봉에서 여전한 위력을 보였다. 이날 광주는 인천에 0-2로 패했다. 정조국은 "오늘 팀이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나 때문에 놓쳤다. 광주에 정말 중요한 시기다. 개인보다 팀을 생각해야 한다"며 자책했다.
정조국은 광주에서 맞이한 2016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싶다. FC 서울을 상징하는 선수였던 그는 올 시즌에 앞서 "그라운드에서 떳떳한 아빠가 되겠다"며 광주행을 선택했다. 그저 자리만 채우는 선수가 아니었다. 정조국은 남기일(42) 광주 감독의 전폭적인 믿음 아래 27경기에서 18골을 터뜨리며 득점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잔부상을 딛고 출전한 지난 16일 수원 FC와 원정 경기에서는 시즌 17, 18호 골을 연달아 뽑아내며 2위 아드리아노(16골·서울)와 격차를 벌렸다.
30대의 뜨거운 돌풍. 최근 축구계에서는 "정조국을 '슈틸리케팀'에 합류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고 있다. 경질 위기에 몰린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이 내달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조국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작 소문의 당사자인 정조국은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고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자리"라면서도 "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게 아니다. 마찬가지로 언론에서 추천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세상의 뜬소문에 흔들리기보다 실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 내가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는지부터 실력으로 증명하고 싶다. 그래야 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지금은 (국가대표설 등에) 관심 가질 겨를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조국은 남은 3경기에서 2골만 추가하면 1부리그가 38경기 체제가 된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0골 이상을 달성한 선수로 이름을 남길 수 있다. 그는 "사람이다 보니 20골 기록을 생각 안 할 수가 없더라. 하지만 그것만 따라가면 정작 내가 해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다"며 "물 흐르듯 가다 보면 기록 달성도 자연스럽게 하지 않겠는가"라고 듬직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