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집어 올리는 순간에도 두 눈은 볼링핀을 바라보고 있었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레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땐 손가락으로 허공에 그림을 그려 핀 공량법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한눈파는 순간은 스트라이크를 쳤을 때뿐이었다. 그는 스트라이크를 터뜨릴 때면 어김없이 뒤돌아 호쾌한 어퍼컷 세리머니를 펼치며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로 아시아를 품은 한류 스타 김수현(28)이 볼링까지 접수했다.
23일 경기도 안양 호계볼링장에서 열린 2016 한국프로볼러 남자 22기 선발을 위한 1차 실기평가전 2일 차 테스트에 참가한 김수현은 평균 208.3점(총3124점·15게임)을 기록했다. 김수현은 이날 환상적인 실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그는 10번째 게임에서 8연속 스트라이크를 터뜨리더니 11번째 게임에선 9연속 스트라이크를 쳐 볼링 관계자들을 술렁이게 했다.
전날 경기도 수원 빅볼볼링장에서 벌어진 1일 차 테스트에서 평균 221.0점(총 3315점·15게임)을 기록한 그는 이틀 평균 214.6점(총 6439점·30게임)을 올리며 1차 실기평가전을 가뿐히 통과했다. 전체 응시자 114명 중 3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번 1차 실기평가전 남자부 통과 자격은 이틀간 평균 190점(총5700점·30게임) 이상이다.
김수현의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는 여기에서 멈춰도 한국프로볼링협회 프로 볼링 선수가 될 수 있다. 프로볼링협회는 볼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이 기준 기록을 통과하면 특별 회원(프로) 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수현은 특혜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차 테스트에서 김수현을 지도한 프로볼러 김현범(32)씨는 "김수현이 끝까지 가기로 했다" 며 "2차 선발전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로써 그는 일반 프로볼러 도전자와 함께 1차 실기평가전(30게임 평균 190점 이상)-2차 실기평가전(30게임 평균 200점 이상)-양성 교육(3박 4일 합숙) 순의 과정을 밟게 됐다. 김 프로는 "김수현씨가 특별 대우보다는 실력으로 프로의 자격을 따려고 하는 것 같다" 며 "워낙 실력이 안정돼 있어 현재 흐름만 유지하면 2차 선발전도 여유 있게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로볼링협회 오일수 이사는 "지금껏 여러 해 프로볼러선발전을 지켜봤지만 김수현은 단연 돋보이는 참가자"라면서 "바쁜 스케줄을 쪼개 가며 새벽 시간에 훈련한 것을 감안하면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극찬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을 오가면서 쉴 틈 없이 바쁘게 활동한 김수현은 2013년 취미로 볼링을 시작했다.
금세 볼링의 매력에 빠져든 그는 일과가 끝난 새벽 시간에도 볼링장을 찾았다. 다음 일정 탓에 3~4게임만 치고 떠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쉬는 날엔 하루 4~5시간 넘게 연습할 때도 있었다. 그는 중국의 한 볼링장에서 15파운드(약 6.8㎏) 무게의 볼링공으로 최고 297점(300점 만점)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김수현에게 볼링을 가르친 프로볼러 박경신(39)씨는 "(김)수현이가 워낙 톱스타다 보니 주위에선 '볼링을 제대로 치겠냐'는 편견이 있다" 며 "알고 보면 촬영 스케줄이 끝난 새벽 2~3시에도 먼저 연락 와서 볼링 치자고 하는 연습 벌레"라며 2차 실기평가전을 낙관했다. 이어 "수현이가 2차 도전하겠다고 했다" 며 "아마도 다른 사람들의 편견을 넘으려는 특유의 승부 근성이 발동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수현이 나설 2차 실기평가전은 오는 29, 30일에 열린다. 장소는 미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