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7일 "트레이 힐만(53) 휴스턴 벤치코치를 제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KBO 리그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감독이다. 최초는 2007년 제리 로이스터(롯데) 감독이었다. 로이스터는 신동빈 구단주가 직접 영입했던 케이스. 반면 힐만은 구단 프런트가 의지를 갖고 영입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SK는 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된 김용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새 판'을 짜야 했다. 전임 이만수, 김용희 감독은 내부 승격이었다. 팀을 잘 아는 인물에게 감독을 맡겼다. 하지만 이 4시즌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은 한 번 뿐이었다. 내부 승격 대신 외부로 눈을 돌렸다. 당초 외국인 감독은 '차선책'이었다. 원래 SK는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관심을 뒀다. 그러나 염 감독 거취 관련 루머가 시즌 중 야구계에 퍼지며 없던 일이 됐다. 내년까지 계약이 돼 있다는 점에서 영입이 성사됐다면 큰 논란을 부를 수 있었다. 결국 염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뒤 넥센 감독직에서 자진사퇴하는 것으로 논란은 마무리됐다.
염 감독이 후보군에서 사라지자 SK는 외국인 감독으로 눈을 돌렸다. 류 대표와 민 단장이 19일 미국으로 동반 출국했다. 내국인 감독 외부 영입 가능성도 열어뒀지만 처음부터 비중이 작았다. 미국 현지에서 외국인감독 후보군 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힐먼을 비롯해 조이 코라 현 피츠버그 3루 코치, 스캇 쿨바 현 볼티모어 타격코치가 후보군에 올랐다. 코라는 SK 인스트럭터를 맡은 경험이 있고, 쿨바는 현대에서 뛴 외국인선수다.
코라는 최종 낙점을 받지 못했다. 피츠버그 더블A 감독이었던 코라는 지난 26일(한국시간) 피츠버그 3루코치로 부임했다. KBO에서 뛰었던 쿨바도 SK 레이더에 잡혔지만 미국과 일본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힐만을 넘어서지 못했다.
힐만은 감독 인터뷰에서 높은 점수를 땄다. 그는 "평소 KBO 감독에 관심이 많았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연고지 인천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팬들도 자주 만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마케팅 아이디어도 제공하고 싶다"고 적극성을 보였다. 일본프로야구 니혼햄 감독 시절 실제 힐만은 그랬다.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표방하는 SK에 제격이었다. 그 결과 계약기간 2년, 계약금 40만달러, 연봉 60만달러(총액 160만달러) 조건을 얻어냈다. 2년 계약조건으로 KBO 역대 최고 수준이다.
SK는 김용희 감독 시절 '시스템 야구'를 표방했다. 현장 야구 대 프런트 야구라는 이분법을 넘어 메이저리그 구단처럼 매뉴얼과 운영방침을 마련했다. 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김용희 감독은 야구관에서는 적임자였지만 융통성이 다소 떨어졌다는 평을 받았다. 국내 감독의 경우 '프런트의 간섭'이라는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이 점에서 외국인 감독 선임은 '시스템 야구'의 연장선이다.
힐만은 28일 오전 입국해 이틀 동안 정식 계약 진행과 선수단 상견례 등을 마치고 29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