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가대표 수비수 차두리(36)가 슈틸리케팀에 합류하는 각오를 밝혔다. 대한축구협회(협회)는 27일 차두리를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으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차두리의 계약 기간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을 앞두고 대표팀이 소집되는 다음달 5일부터 내년 9월 5일 열리는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까지다.
같은날 서울 신문로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차두리는 "나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자부심은 돈이나 명예를 뛰어넘는 중요한 가치였다"면서 "경기력 부진과 여론의 비판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표팀에 도움을 주고 싶어 협회의 제의를 수락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슈틸리케팀은 현재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4경기에서 2승1무1패(승점 7점)로 이란(승점 10점), 우즈베키스탄(승점 9점)에 밀려 A조 3위에 처져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1일 이란 원정에서 0-1로 패한 뒤 기자회견에서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해 축구 팬들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에서 부진한 공격진에 대해 "카타르의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며 선수를 탓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는 이후 해명했지만, 여론은 더 나빠졌다.
차두리는 "대표팀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들이 많다. 팀이 어려울 때면 있는 일"이라며 "어딘가 엇박자가 나기 때문에 감독님의 발언, 그걸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자세 등에서 밸런스가 맞지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차두리는 현재 슈틸리케 감독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두리의 아버지 차범근(63) 전 대표팀 감독은 1998 프랑스월드컵 본선 조별리그 도중 성적부진을 이유로 도중 하차했다.
그는 "어쩌면 지금 감독님이 겪고 있는 일을 나는 아들로서 1998년에 비슷하게 겪었다고 생각한다"며 "(팀 성적이 좋을 땐) '대통령까지 시켜야 한다'고 했다가 경기에서 지니까 큰 죄를 지은 사람처럼 내몰렸던 사람의 아들로서 그의 심정을 알 수 있다"고 털어놨다. 또 "아버지의 고통을 옆에서 바라봤다. 지금으로선 슈틸리케 감독님 옆에서 최대한 돕는 게 중요하다"며 "결론은 이기고 싶은 것, 러시아월드컵 가는 것, 좋은 성적 내는 것이다. 이게 나와 감독님, 선수들이 하고 싶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차두리는 전력분석관 직함을 받았지만 사실상 코치 역할을 맡는다. 대표팀 코치를 위해선 A급 지도자 자격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역에서 은퇴한 그는 현재 유럽축구연맹(UEFA) B급 지도자 자격증을 갖고 있다. A급 지도자 과정은 내년부터 밟을 예정이다.
이 자리에 동석한 이용수(57) 협회 기술위원장은 "차두리는 가장 최근에 아시안컵을 준비하면서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했다"면서 "기술적, 전술적인 것을 함께 오래 준비했고, (슈틸리케 감독의 모국어인) 독일어를 구사할 수 있다. 또 성실하고, 대표팀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차두리의 공식 직함은 전력분석관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코치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소통의 가교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