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9일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주식 시장은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5.00포인트(2.25%) 떨어진 1958.38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전날 뉴욕증시가 클린턴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이틀 연속 상승세를 타자, 4.7% 오른 2008.08로 장을 시작해 초반에는 2010선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오전 11시께 트럼프가 플로리다·오하이오 등 경합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급락하기 시작했다. 11시 이후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장중 1931선까지 추락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1950선을 기록한 것은 브렉시트 공포가 재부각된 지난 7월 6일(1953.12) 이후 처음이다.
시가총액 상위종목 중에서는 포스코가 4.95%나 하락했다. LG화학(-4.16%), 현대중공업(-4.83%)도 하락폭이 컸다. 현대차·SK하이닉스·삼성물산·롯데케미칼 등도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아모레퍼시픽(1.12%)·아모레G(2.69%)·LG생활건강(1.17%) 등 화장품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24.45포인트(3.92%) 떨어진 599.74로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2.34포인트(0.37%) 오른 626.53으로 개장한 뒤 상승 흐름을 보였으나 오전 11시께 트럼프의 선전 소식이 전해지면서 역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낙폭은 더 커져 600선을 내줬고 결국 580선(581.64)까지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가 장중 580선을 찍은 건 작년 2월 10일(585.35) 이후 1년 9개월 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폭등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0원 오른 1149.50원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은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이날 오후 긴급 금융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감원장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연구원장, 자본시장연구원장 등이 참여하는 합동 회의다. 이 자리에서 미 대선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상황 및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