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선경기 상대인 캐나다 얘기다. 울리 슈틸리케(62)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A매치데이를 맞아 캐나다와 친선경기를 치른다. 이번 경기는 어디까지나 오는 15일 열리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즈베키스탄전을 위한 '예비고사'다. 슈틸리케 감독도 "캐나다와 친선경기를 잘 활용해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나설 선수들을 추릴 예정"이라며 이번 경기를 '선수 고르기'의 토대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경기를 사흘 앞두고 선수단을 소집한 뒤에도 "캐나다전을 잘 준비해 선수들이 원하는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렇게 말한데는 이유가 있다. 캐나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0위의 약체다. 물론 2차예선에서 한국이 일방적으로 완파한 레바논(149위)이나 라오스(175위), 친선경기를 치렀던 태국(146위)보다는 순위가 높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 수 아래의 상대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한국(44위)과 비교하면 한참 아래다.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우즈베키스탄전을 앞두고 '쉬어가는' 경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승을 거둬 침체된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
하지만 방심은 위험하다. 한국은 캐나다전에서 역대 전적 1승1무2패로 열세를 기록 중이다. 물론 겨우 네 번 만난데다 최근 대결 성적도 아니기 때문에 상대전적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그래도 지난 대결을 돌아볼 필요는 있다.
한국과 캐나다의 첫 경기는 1993년 3월 9일 열렸다.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은 1994 미국월드컵을 준비하며 캐나다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그리고 캐나다 대표팀과 두 차례의 친선경기를 치러 1승1패를 기록했다. 첫 경기서 김태영과 김현석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둔 한국은 이틀 뒤인 11일 열린 두 번째 경기서 0-2로 완패했다.
세 번째 맞대결은 7년 뒤 미국 LA에서 열렸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던 당시 대표팀은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마치고 미국으로 이동해 골드컵 대회에 참가했다. 첫 경기서 캐나다를 만난 한국은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마지막 경기는 한일월드컵 개막을 앞둔 2002년 2월 치러졌다. 거스 히딩크 감독 체제에서 월드컵을 준비하던 때였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북중미 골드컵에 참가한 한국은 경기 내내 부진한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4경기 중 승리는 겨우 한 번, 골 결정력 부재로 "월드컵을 잘 치를 수 있겠나"라는 목소리가 높았다. '슬럼프' 소리를 들으며 3, 4위전에서 만난 상대가 바로 캐나다였다. 당시 한국은 42위, 캐나다는 92위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캐나다는 '약체'로 평가받고 있었지만 한국은 이 경기서 1-2로 패해 4위에 머물렀다.
당장 "캐나다전 패배로 '히딩크팀'이 체면을 구겼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국내 한 교수는 언론을 통해 "랭킹이라는 것도 축구공은 둥글기에 의미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골드컵에서 한국이 랭킹 9위의 멕시코에 이겼고, 92위의 캐나다에 진 것은이를 말해 준다"며 도전에 의의를 두라고 일침하기도 했다.
그 후로 14년이 지났다.
오랜만에 만난 만큼 한국도, 캐나다도 예전 기억에 의존할 부분이 없다. 서로를 전혀 모르는 팀이 맞붙는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만만한' 팀이라고 얕보다가는 14년 전 그 때처럼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출범 이래 최대의 위기에 처해있는 '슈틸리케팀'이라 더욱 그렇다. 약체를 상대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기회'지만 그만큼의 위험부담도 있다는 의미다.
FIFA랭킹이라는 지표가 있는 이상 캐나다전에서는 내용과 결과를 모두 잡아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모를리 없다. 그가 "캐나다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 우즈베키스탄전까지 좋은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건 슈틸리케 감독이 '덜 중요한 것 같지만 꽤 중요한' 캐나다전과 '정말 중요한' 우즈베키스탄전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는가다. 단순히 '몸풀기 경기'나 '옥석 가리기'로 치부할 수 만은 없는 캐나다전이 참 골치 아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