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11일 캐나다와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내뱉은 말이다.
그는 캐나다전을 준비하면서 25명의 엔트리를 꾸렸다. 슈틸리케팀이 출항한 뒤 최다 인원이었다. 내부 경쟁을 통해 팀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의도였다. 15일 열리는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는 23명의 엔트리만 등록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 실험을 통해 2명의 선수를 추려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험은 끝났다. 하지만 결정은 하지 못했다. 시험을 봤던 선수들이 모두 평균 이상의 성적표를 받았기 때문이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 활약하지 못해 부정적 시선을 받았던 이정협(25·울산 현대)은 한국의 두 번째 골을 넣으며 포효했다. 소속팀 경기에 제대로 나서지 못해 경기 감각이 우려됐던 박주호(29·도르트문트)와 윤석영(26·브뢴뷔)도 활발하게 움직였다. 막내 황희찬(20·잘츠부르크) 역시 저돌적인 돌파로 합격점을 받았다. 장현수(25·광저우 푸리), 김기희(27·상하이 선화) 등 중국 슈퍼리그 소속 중앙수비수들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했다. 확실하게 제외할 수 있을 만큼 부진한 경기력을 보인 선수는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캐나다전은 완벽한 경기에 가까웠다. 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며 "이정협은 내가 원하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박주호와 윤석영도 적극적으로 잘해 냈다. 황희찬은 저돌적인 움직임을 펼쳤다"고 시험 결과에 만족했다.
평가에 나섰던 선수들을 제외할 수 없다면 캐나다전에 불참했던 선수들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확률은 낮다. 캐나다전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은 대부분 시험이 필요 없는 슈틸리케팀 '핵심 선수'들이다. 손흥민(24·토트넘)과 기성용(27·스완지 시티) 등은 검증이 필요 없는 에이스다. 이재성(24·전북 현대)과 홍철(26·수원 삼성) 역시 대표팀에 꾸준히 힘을 보탰던 선수다.
캐나다전 불참은 이들의 컨디션을 고려한 '배려'였다. 훈련 중 발등 부상을 당했던 이청용(28·크리스탈 팰리스)이 제외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미한 부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이청용이 해줄 역할도 있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부진한 선수를 쳐내는 것이 아니라 잘해 낸 선수들 중 선별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행복한 고민'을 우즈베키스탄전 당일까지 이어갈 것이라 했다. 그는 "어떤 선수들이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지 심각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지금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우즈베키스탄전까지 시간이 있다. 훈련을 계속 지켜 볼 것이다. 선수들 컨디션도 마지막까지 체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외된 선수라도 대표팀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까지 대표팀과 함께 호흡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 이재철 과장은 "2명은 15일 오전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제외됐지만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할 것이다. 2명은 벤치에 앉지 못하겠지만 경기장까지 함께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