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 1위 현대·기아차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수시장 점유율 60% 벽이 깨진 데 이어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1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기아차는 58.9%의 내수 점유율을 기록했다.
현대차가 31.9%, 기아차가 27.0%다. 이는 2000년 현대차그룹 출범 이후 최저치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점유율은 한때 80%에 육박할 정도였으나, 2014년 처음으로 60%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1월에는 71.6%로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내수시장 위축' '경쟁사 신차 출시' '주력 모델 노후화' '노조파업' 등의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노조 파업으로 인해 각각 14만2000여 대, 10만8000여 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현대·기아차는 보호무역주의를 주창해온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새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시장의 수출 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반대할 뿐 아니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을 공언해왔다. 한미 FTA의 수혜 업종으로 꼽히며 그동안 수출 차량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온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는 한미 FTA 재검토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연간 해외에서 판매한 677만4000여 대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138만8000대(현대차 76만2000대, 기아차 62만6000대)를 미국에 판매하는 등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중 현대차가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차는 쏘나타·싼타페·아반떼 뿐이다. 나머지 차종은 모두 한국 등지에서 생산한 뒤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미 FTA로 철폐된 관세(2.5%)가 부활하면 가격 경쟁력이 저하가 우려된다.
또 미국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마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진다.
현지 생산보다 수출 물량이 2배 가까이 많은 기아차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지난 5월 가동에 들어간 멕시코 공장은 장기적으로 생산 물량의 60%를 미국으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불투명해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라며 "향후 다양한 논의로 대책을 마련,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수시장은 그랜저 신차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이달에는 다시 60%대로 회복할 것"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