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고 예쁜 줄 알았는데, 노래에 춤까지 만능이다. 여기에 개구리 뒷다리 잡고 입에 넣는 털털한 예능감은 덤. 그야말로 못하는 게 없는, '사기캐'(사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재능이 많은 캐릭터를 일컫는 게임용어 겸 인터넷 은어)다. OCN '38사기동대' 속 꽃뱀 조미주 역으로 단박에 주목받은 이선빈 이야기다.
'신흥 대세녀' 이선빈은 최근 글로벌 명품 브랜드 MCM 모델로 발탁돼, 디지털 매거진 'VIEW'와 '바로크 룩'을 테마로 화보를 촬영했다. 이번 화보에서 그는 그간 드러내지 않은 절정의 고혹미를 발산했다. 바로크 스타일에 어울리는 럭셔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패션은 물론 우아한 몸짓과 표정으로 중무장해 새로운 패셔니스타의 탄생을 알렸다. 촬영 콘셉트가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가장 빛나는 컷을 찍을 수 있는지, 스태프들이 행여 힘들지는 않은지, 센스 넘치는 이선빈의 말과 행동에 전 스태프가 감동받았다. 스물셋의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싹싹하면서도 어른스러울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어요. 중학생 때부터 알바란 알바는 다 해 봤어요. 오리고기집에서 불판닦기는 물론, 전단지 돌리기, 피팅 모델 등등. 그래서 어떤 일이든 좀 빠른 편이에요.(웃음) 사실 저희 집안 식구들 혈액형이 모두 A형이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은 저더러 O형, 혹은 B형이냐고 해요. 'A형이냐'는 말이 제일 마지막에 나와요. 일찍 사회생활 하면서 A형 피가 O형처럼 변했나 봐요."
꿈을 위해 고향인 천안에서 상경해 사촌언니 고시텔에 얹혀 지냈던 때도 있다. 하지만 한번도 심적으로 가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치열하게 살았던 지난 시절이 있었기에, 어떤 상황에도 빨리 적응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지금의 모습이 있게 됐다.
"3년간 걸그룹 연습생 생활을 할 때에는 언제 데뷔할 수 있을까 막연했어요. '38사기동대'를 통해 빨리 알려지고 여러 예능 섭외를 받으니 신기했죠. 기회가 되면 다 하고 싶고 저를 보여주고 싶어요. 행여 지겨워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요."
겸손한 자세지만, 실제 만나본 이선빈은 '까도까도' 새로운 양파 같은 매력의 소유자였다. 모바일 라이브 방송 'V'앱 진행을 부탁하자, 팬들을 위해 무반주로 바이브의 '술이야'를 능청스레 열창했다. 또 촬영장에 놓여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며 캐롤을 불렀다. 근처에 있던 지인이 방문하자 맨발로 달려나가 반갑게 맞은 그다. 이선빈의 소속사 관계자는 "같이 있으면 전혀 심심하지 않다. 끼가 정말 많다. 학창시절 육상 선수여서 달리기도 잘하고, 독학으로 배운 기타 실력도 멋진데 요즘은 작곡까지 하고 있다. 그래서 뮤지션들과도 빨리 친해지는 것 같다. 차기작 MBC 드라마 '미씽나인'에서 아이돌 스타 역할을 맡았는데, 아직 정식 데뷔 못한 걸그룹의 꿈을 그 작품을 통해 풀지 않을까.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올해가 데뷔 3년차, 서울 자취생활 5년차인데 처음 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했어요. 하나하나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데뷔 전 부모님이 '진경(본명)이는 언제 김혜수 같은 배우와 연기해볼까' 하셨는데 올봄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 스치듯이지만 김혜수 선배님과 연기했죠. 언젠간 김혜수 선배님과 다른 작품에서 좀더 길게 호흡하는 날이 오도록 더욱 열심히 해야죠."
2016년은 이선빈의 꿈이 여러차례 이뤄진, 기적과 같은 해다. "이상형 이광수 선배님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SBS '런닝맨'에 출연하게 됐고 MBC '복면가왕'에 나가고픈 바람도 지난 달 이뤘다. 내친 김에 올해 이루고픈 마지막 바람이 있을까.
"지난 해 김태희 선배님과 중국 드라마 '서성왕희지'를 찍으면서 여권도 만들고 해외도 처음 나가봤어요.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해외 여행은 한번도 못해봤어요. 나영석 PD님의 '꽃보다 청춘' 시리즈를 보면, '저런 여행이라면 방송이여도 너무나 즐겁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응답하라' 시리즈 주인공들이 주로 나가는 거 보면 '응답하라' 시리즈 먼저 오디션을 봐야 하나요?"
타고난 끼부자에 금수저인 줄 알았더니, 수많은 시련을 통해 둥굴게 된 묵직한 바위. 이선빈이다. 견고한 원석의 다이아몬드가 빛을 발하듯, 이선빈의 존재가 더욱 아름다운 이유다.
이인경 기자 lee.inkyung@jtbc.co.kr 화보총괄기획=이기오(지오아미코리아 대표), 사진=김다운 작가(스튜디오다운), 메이크업=진동희(진끌로에), 헤어=설경주 실장, 진행=조보윤, 장소협조=임피리얼팰리스 호텔 서울, 의상 및 소품=M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