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한국전력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들었다. 공교롭게 주포 문성민의 부진할 때마다 세트를 내주며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캐피탈은 2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한국전력에게 세트스코어 2-3(23-25, 25-16, 25-21, 18-25, 9-15)으로 패했다. 4연승에 실패하며 선두 등극 기회를 다음으로 미뤘다. 승점 1점을 얻었지만, 시즌 성적은 7승4패가 됐으며 순위는 3위에 머물렀다. 반면 한국전력은 파죽의 5연승을 달리며 상승 분위기를 이어갔다. 승점 2점을 수확하며 시즌 승점 21점으로 대한항공(승점 20)을 밀어내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톤의 공격력은 기대 이상이다. 그러나 수비는 여전히 아쉽다. 어쩔 수 없다. 상대 서브가 집중될 걸 감안해서 수비 커버를 늘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전력이 최근 연승으로 분위기가 좋다. 상대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시스템적으로 우리를 상대하기 최적화 되어있는 팀이다. 우리에게 맞춰 돌아가는 포메이션이 매우 효율적이다"라고 덧붙였다.
최 감독의 말처럼 현대캐피탈은 1라운드에서 한국전력에게 1-3으로 패했다.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밀렸다. 신영철 감독은 현대캐피탈 주포 문성민을 막는데 집중하는 전술을 들고 나왔다. 문성민이 막힌다면 현대캐피탈은 공격의 활로를 뚫기 어렵다. 세터 노재욱의 볼배분에 따라 흐름이 갈릴 가능성이 높았다.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이 경기를 풀어가야 한다"고 했다.
출발은 좋았다. 현대캐피탈은 다양한 공격을 앞세워 1세트 중반까지 리드를 유지했다. 그러나 18-17에서 문성민의 공격범실로 동점을 허용했고, 상대 서재덕을 막지 못해 역전당했다. 문성민이 윤봉우에게 다시 막히면서 점수차가 벌어졌다. 박주형의 공격이 강민웅에게 블로킹 당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반등없이 1세트를 23-25로 내줬다.
문성민은 1세트 14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득점은 6점에 불과했다. 공격성공률 42.86%를 기록했다. 상대 블로킹에게 4차례 막혔고, 두 차례 공격범실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공격에서 막히자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캐피탈의 반등은 문성민의 부활과 함께 시작됐다. 문성민은 2세트 들어 강력한 서브로 1세트 굴욕을 만회했다. 그는 1-1에서 서브에이스를 성공시켰고, 이후 강한 서브를 날려 상대 시리브를 흔들었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이 서브를 날리는 동안 연속 4득점에 성공하며 5-1까지 달아났다. 문성민의 다섯 번째 서브가 코트 밖으로 아웃되면서 그의 차례가 마침내 종료됐다. 여유있는 리드를 잡은 현대캐피탈은 2세트 성공률 70%를 기록한 순도 높은 공격을 앞세워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현대캐피탈은 3세트 중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갔다. 중요한 순간 톤이 해결사로 나섰다. 11-11에서 긴 랠리 끝에 톤의 공격 성공으로 현대캐피탈이 리드를 잡았다. 이어 상대 서재덕의 공격을 유효블로킹으로 막아낸 뒤 톤이 다시 스파이크를 꽂았다. 톤의 활약은 계속 됐다. 13-11에서 상대 바로티의 공격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문성민의 후위공격과 신영석의 블로킹까지 묶어 현대캐피탈은 16-12까지 달아났다. 문성민은 3세트 팀 내에서 가장 많은 6득점으로 활약했다. 공격성공률은 50%를 기록했다.
승리를 눈 앞에 둔 현대캐피탈은 4세트 벼랑 끝에 몰린 한국전력의 거센 저항에 부딪혔다. 1세트와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문성민이 막히면서 공격의 활로를 뚫지 못했다. 문성민의 스파이크는 번번이 상대 센터 윤봉우의 벽에 걸렸다. 현대캐피탈은 6-14까지 밀리며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상대의 무더기 범실로 12-14까지 추격했지만 뒤집는데 실패했고, 승부는 마지막 5세트로 향했다.
벼랑 끝 승부에서 웃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은 5세트에서도 상대 블로킹에 고전했다. 2-3에서 톤의 공격이 바로티에게 가로막혀 점수차가 벌어졌다. 설상가상 리시브가 흔들리면서 상대에게 연속 4실점했다. 8-13에서 문성민의 공격이 바로티의 벽에 막히면서 승기를 완전히 내줬다.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공격 성공 여부에 따라 승부가 크게 요동쳤다. 문성민은 이날 팀 내 최다인 20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은 43.58%에 그쳤다. 시즌 공격성공률 55.9%와 비교하면 12% 넘게 수치가 떨어졌다. 최태웅 감독은 문성민의 공격 비중을 낮추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경기 패배로 최태웅 감독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