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시상식의 묘미는 무대에 오른 시상자와 수상자의 발언들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빵빵 터졌다.
25일 열린 제37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은 시상식이 치러지기 전부터 '시국발언이 쏟아지지 않을까'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하지만 시국발언보다 돌발발언이 더 많이 쏟아지면서 때로는 어색하게 때로는 재미있게 분위기가 시사각각 뒤바꼈다.
시상자들은 대사가 쓰여진 대본을 받았음에도 노련한 배우들인 만큼 상황에 따라 이를 바꿔 웃음을 자아냈다. 이 과정에서 조정석은 1년 후 공약을 내걸었고 라미란은 윤제균 감독과 격정멜로 구두 계약을 마쳤다.
물론 시국발언도 빠질 수는 없다. '동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한 박정민은 어수선한 나라를 언급하며 "70년 전 주권을 되찾기 위해 피흘리며 싸우셨던 분들이 계신다"고 말했고,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은 "절망 속 희망의 촛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36회 신인남우상 최우식, 시상자로 1년만에 무대에 서며 "지난해 유아인 선배님께서 내 이름을 불러주신 그 순간 너무 떨려서 아무 생각이 안 났다. 그 때 36회 로고가 찍힌 시상카드를 선물로 주셨는데 지금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
- 이유영, '부산행' 악역 김의성에게 "'부산행'에서 대체 왜 그러셨어요. 나쁜 사람. 제가 모든 관객들을 대신해 한 대 때려도 될까요?"
- '동주' 박정민 신인남우상 수상소감 "불과 70년 전에 나라의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남모르게 피흘리며 싸우셨던 이름들이 계신다.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지금 이 순간, 70년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갈 이들을 위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다. 나라가 많이 어수선하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배우로서 이 상과, 이 상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신 송몽규 선생님게 부끄럽지 않게 연기하고 살아가겠다"
- 라미란, 윤제균 감독과 '격정멜로' 구두계약 "격정멜로 원한다. 여기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계약서 쓰자. 약속의 의미로 손가락 걸고 약속하자. 20대 후반 남자분들 거론했더니 30대 초반 남배우들로 리스트 작성하고 있다. 많은 응모 부탁드린다.
- 박보영 "매력적인 무쌍꺼풀 배우로 누가 떠오르냐"는 류준열 질문에 "하정우 선배님. 쌍꺼풀이 있든 없든 멋있으시다." - 인기스타상 손예진의 한 방 "오늘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내심 긴장하고 왔는데 인기상을 주시네요? 미모는 죽을때까지 예쁘고 싶어요."
- MC 김혜수, 스태프상 시상에 앞서 "영화를 위해 참여해 주신 진짜 주인공들의 이름은 엔딩크레딧에 등장한다. 하지만 엔딩크레딧이 채 올라가기도 전에 영화관의 불이 켜진다. 한 작품의 마무리는 엔딩크레딧 한 줄까지 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노력해 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관객 여러분들도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
- 쿠니무라 준 장문의 한국말 참석 소감 "안녕하세요. 쿠니무라 준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예전부터 한국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송강호 씨를 많이 존경하고 있습니다. 오늘 만나뵙게 돼서 정말 반갑습니다. 배두나 씨도 계시네요. '린다린다린다'를 보고 배두나 씨의 팬이 되었습니다."
- 시상도 바들바들 떤 곽도원 "아, 미치겠다. 아수라장이다. 대본이 6~7페이지 되는데 어떻게 끌고 가야할지 모르겠다. 으하하하."
- '1억 요정' 오달수 관객들에 큰절 "이런 자리에서라도 큰 절을 드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 근데 내 비주얼에 요정이 가당키나 하냐. 말도 잘 못하는 요정이다."
- 대리시상 '전혜진 남편' 이선균 "전 년도 여우조연상 수상자 전혜진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다. '병의 원인이 다 너 때문이다. 네가 이 사태를 책임져라'라는 말을 해서 남편인 내가 책임을 지려고 부득이하게 대신하게 됐다. 내 탓이다. 미안하다. 잘할게."
- 조정석 1년 후 공약 "'형'이 500만 명이 넘는다면 감히 나와 도경수가 내년 청룡영화상에서 축하 무대를 펼쳐 보겠다."
- '곡성' 나홍진 감독 감독상 수상소감 "환희야 '네가 '곡성'을 살렸다."
- 7수 끝 남우주연상 수상 '내부자들' 이병헌 "'내부자들'이 개봉했을 당시 '너무 과장된 것 아니냐'는 말도 많았는데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상황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신발언 이런 것은 아니다. TV를 보면서 모두가 한 마음이 돼 절망적인 마음으로 촛불을 들고 있는 것을 봤는데 왠지 나는 아이러니하게 그 장면을 보면서 '언젠가는 저 모습이 희망의 촛불이 될 것이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 시국이 낳은 작품상 '내부자들' "이 시국에 우리 영화가 상을 받는 것이 맞는지 안 맞는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대한민국이 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