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감이 미미했던 시절에도 자신의 야구관과 스윙에 자부심이 컸다. 그는 올 시즌 처음으로 1군 무대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했다. 당연히 슬럼프와 체력 저하를 겪었다. 그래도 웃는다. '김상호의 야구'가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상호는 올해 롯데 자이언츠가 얻은 기대주다. 지난 4월 주전 1루수 박종윤의 부진이 이어지자 기회를 얻었다. 2012년에 데뷔한 그는 이전까지 1군 무대에서 33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타율은 0.19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조원우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4월 한 달 동안 출전한 퓨처스 남부리그 17경기에선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 1위를 기록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리고 1군 무대에서도 호쾌한 타격을 보여주며 주전을 꿰찼다. 풀타임 첫 시즌 성적은 타율 0.290··7홈런·56타점.
2016시즌을 돌아본 김상호는 "왜 선배들이 팀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했는 지 알겠더라. 1군에 있다 보니 가을야구를 하는 팀 선수들이 너무 부러웠다"며 포스트시즌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라는 선수를 알린 시즌이기에 의미가 있었다고. 하지만 후반기 성적 저하는 못내 아쉬웠다고 했다.
김상호는 "머리가 복잡하면 야구를 잘 할 수 없다"고 믿는다. 상대 투수의 유형, 공의 구종에 상관없이 자신의 스윙을 하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부침이 오자 이런 생각에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김상호는 첫 60경기에선 타율 0.305를 기록했지만 이후 54경기에선 0.270로 떨어졌다. 생각이 많아졌고,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폼에 변화를 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은퇴할 때까지 지금 스윙을 유지하고 싶다"고 선언할 만큼 자신의 스윙에 자신감이 있다. 성적이 저하되는 이유는 상대팀들의 심화된 분석, 체력 저하 등이 꼽힌다. 김상호는 자신의 실려과 위치에 대해선 과신하지 않는다. 하지만 후반기 체력 저하로 인해 밸런스가 무너진 것을 좋은 타구를 생산하지 못한 이유로 꼽았다.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버거웠다"고 했다.
개선을 위한 시도는 필요하다. 하지만 성적 향상을 위한 임시방편이 돼선 안 된다. 김상호는 자신의 부족한 점을 몸소 절감했다. 그러나 확신을 갖고 있는 타격폼을 고치기보다 겨우내 풀타임을 치를 수 있는 몸을 만드는 데 주력할 생각이다.
치열해진 경쟁 구도는 아직 초연하다. 롯데는 외국인 타자로 1루수 또는 3루수를 영입할 계획이다. 현재 1루수 1순위는 김상호지만 보존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김상호는 긍정적이다. 원래 포지션인 3루로 돌아갈 기회를 얻었다고 봤다. 그는 "어치피 1루수는 팀 사정 상 임시로 맡은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3루수로 인정받아야한다. 어차피 경쟁이다. 영입되는 외인 타자 포지션은 상관없다. 내가 발전해야 더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고 했다.
화려한 데뷔 시즌 아니었지만 김상호에게는 의미가 있다. 그는 "내년 시즌 더 잘할 수 있다"며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 풀타임 첫 시즌, 자신감이 꺾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