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 흥행은 현재 7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스크린 수가 줄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1일 기준 697만3451명으로 흥행 신화를 쓰고 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힘이 압도적이었던 작품에 막장 드라마 '불광동 스캔들'의 감독으로 출연했던 김민상(48) 역시 힘을 보탰다. 그는 "이 정도로 흥행할 줄 몰랐다. 실감이 안 난다"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럭키' 7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제 상영 중인 영화관 수가 많이 줄어 700만이 가능할까 싶다.(웃음) 이렇게까지 많이 볼 줄은 몰랐다. 감독님과 개봉 후 연락했었는데 자기도 얼떨떨하다고 하더라. 이 숫자가 맞는 거냐고 되물었다."
-어떤 작품으로 기억하고 있나. "유쾌한 작품이었다. 극 중 유해진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 '불광동 스캔들'의 감독 역을 맡았다. 이 역할은 보여야 하는 역할이 아니라 숨어야 하는 역할이었다. 괜히 이러한 역할이 보여주려고 하면 안 된다. 작품에 폐가 될 수 있다."
-곁에서 지켜본 유해진은 어떤 배우였나. "항상 자기 촬영이 없어도 촬영장을 배회한다. 거듭 촬영을 두고 고민한다. 첫 원톱인 주연작이라 부담을 많이 가진 것 같은데 배우는 항상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유해진은 그 의무에 맞게 고민을 참 많이 하는 배우다."
-막장드라마 '불광동 스캔들'이 깨알 재미를 안겼다. "'불광동 스캔들'은 좋은 작품이지만 막장은 맞다. 이번에 막장드라마 감독 역을 맡으면서 '막장이란 게 뭘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러한 드라마는 작품에만 집중해서 분석하며 보지 않는다. 집안 일하면서 대개 보니까 언제 봐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드라마여야 한다. 그렇다 보니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강한 반전, 격한 감정, 강한 임펙트 이런 게 있어야 재미를 느끼게 되고 다음 날 이야깃거리도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같다."
-어떠한 점에 집중해서 감독 역할을 소화했나. "단막극 위주로 그간 드라마를 했었는데 드라마 연기 경험이 '럭키'에 도움이 됐다. 영화감독은 '레디 액션'을 많이 하는데 드라마 감독은 '하이 큐'를 많이하더라. 그 경험을 기반 삼아 대본을 수정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감독보단 드라마 감독들이 피곤함을 더 달고 사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점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실제 참고한 드라마 감독이 있다면. "'갑동이' 당시 만났던 조수원 감독님을 참고해서 연기했다. 당시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했었다. 쪽잠을 자고 찍는 모습이 생각나서 그 모습을 참고해 연기했다."
-데뷔 20년을 넘겼다. "1992년 연극 '바리데기'로 데뷔했다. 데뷔 20년이 넘었다는 게 잘 실감이 안 난다. 그리고 그걸 생각 안 하고 살려고 한다. 나이도 자꾸 잊어버린다. 내가 벌써 그렇게 됐구나 싶은데 20년의 세월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연극을 주로 했다. 생계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넉넉하진 않았지만 연극을 할 때 즐거움이 커서 생계에 대한 어려움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바쁘게 연극만 하는 분들을 보면 즐거움이 더 크다. 행복지수가 커서 현실적으로 힘든 건 괜찮다. 진정한 연극배우 생활을 즐기는 배우들을 보면 멋있다. 삶마저 즐기는 모습이 멋있는 것 같다."
-영화와 브라운관으로 발을 넓히게 된 계기는. "'도가니'란 작품으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연극이 너무 재밌어서 1년에 여섯 작품씩하고 그랬는데 문득 쉬는 타임이 있었다. 석 달 정도 놀 때가 있었는데 그때 아는 형이 영화 오디션을 보라고 추천해줘서 오디션을 본 게 '도가니'였다. 예전에 책으로 봤었는데 워낙 그 역할이 세기도 하고 더럽기도 해서 내가 해도 되나 싶었다.(웃음)"
-첫 영화라 신기한 점도 많았겠다. "시사회에 갔는데 내 모습이 스크린에 나오니 신기했다. 영화가 아니라 날 바라보는 관객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객에 대한 관객이 된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배우가 본래 꿈이었나. "고등학교 때까지는 별다른 꿈이 없었다. 전자계산과에 진학할 생각으로 재수하게 됐다. 학력고사가 100일도 안 남았을 때인데 한 형이 '네가 하고 싶은 걸 해라'라고 하더라. 그때 처음으로 '내가 뭘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했다. 문득 고등학교 때 연극을 봤던 경험이 생각났다. 배우가 멋있던 게 기억이 나서 공부를 그만두고 연극영화과 진학에 도전했다. 그때 당시엔 배우란 직업 자체가 멋있었던 것 같다."
-학창 시절 어떤 학생이었나. "초등학교 때는 활발했다. 앞에 나가서 발표도 많이 하고 연극 시나리오 같은 게 있으면 연극도 했었다. 근데 중학교 땐 수줍음이 많은 학생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노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밴드 결성을 해서 기타 연주도 했다. 대학교 때는 연극을 하는 실습 과정만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연극배우 김시영과 결혼했다. "올해로 결혼한 지 9년이 됐다. 자녀는 현재 없다. 워낙 활동적인 친구라 집에 있는 걸 싫어한다. 우리 부부의 모토는 '둘이 행복하게 살자!'다. 그렇게 살고 있다."
-어떻게 부부의 연을 맺게 됐나. "상대역이었는데 공연하다가 눈이 맞았다. 사실 서로의 스타일이 아니라 관심이 없었다. 코미디 공연이었는데 6개월을 같이하면서 점점 얘기가 잘 통한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면서 '이 친구라면 평생 친구할 수 있겠다' 싶어 결혼하자고 했다. 지금도 서로 말을 많이 한다. 같은 직업이다 보니 대사도 맞춰보고 조언도 해주곤 한다."
-좋은 흐름을 탔으니 다음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으라고들 하는데 난 내가 가야 할 곳을 보면서 노를 젓고 싶다. 인지도에 연연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배우관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왜 그런가 생각해봤더니 배우란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배우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다. 좋은 배우는 있는데 나쁜 배우는 없지 않나. 부끄럽지 않은 배우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