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늘 한국과 명승부를 펼쳤던 상대다. 2009년 열린 제2회 대회에서는 무려 5차례나 맞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 일본도 한국 WBC 대표팀이 처한 난관이 걱정스러운 듯하다. 자칫하면 한국과 일본이 단 한 차례도 맞붙지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어서다.
일본 데일리스포츠는 11일 한국 WBC 대표팀이 멤버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제목은 '한국 WBC 대표팀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 "주력 선수들에게 연이어 불상사가 생기면서 선수 구성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이 신문은 "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선수 선발이 생각처럼 잘 진행되지 않는다"며 한국 대표팀 엔트리와 관련한 상세한 상황을 전했다. "최고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해외 원정 도박과 관련한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선발되지 못했다. 대체 소방수 후보였던 이용찬(두산)도 팔꿈치 수술로 이탈했다. 왼손 에이스 김광현(SK)조차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전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조차 귀국 후 서울에서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켰다. WBC 최종 엔트리에 포함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인식 감독은 강정호와 김광현마저 WBC 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지자 "한숨만 나온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 12일과 13일에 도쿄돔을 직접 방문해 일본과 네덜란드 WBC 대표팀이 치른 평가전을 지켜봤다. 이 신문은 그 자리에서 김 감독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김 감독은 "한국은 오른손 투수가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 구성은 정말 머리가 아프다"며 "야구는 운이 지배한다. 그렇다고 운에만 맡기면서 야구를 할 수는 없다. 선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일본 야구계에서도 유명 인사다. WBC에서 한국이 일본을 극적으로 꺾을 때마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일본 한복판에서 일본 대표팀을 꺾고 우승했던 2015 프리미어12 대표팀도 김 감독이 이끌었다. 이 신문도 김 감독의 프로 사령탑 경력과 국가대표 경력을 상세하게 소개하면서 "김 감독은 리더십과 카리스마 이상으로 단기 국제대회에서 싸우는 법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 늘 중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김 감독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악재가 많다. 이 신문은 "1라운드가 서울에서 개최되는 점은 한국에 다행이다. 관중석은 한국 응원으로 가득찰 것"이라며 "한국·네덜란드·대만·이스라엘 가운데 상위 2개 팀이 2라운드를 치르기 위해 도쿄돔에 온다. 그 안에 한국의 이름을 넣기 위한 김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이 시작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