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곤(23·안양 KGC인삼공사)의 표정은 시종 담담했다. 데뷔 뒤 자신의 개인 최다득점(17득점) 기록을 새로 썼지만 기쁜 기색은 없었다. "팀이 연승을 달리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좋다"는 말이 그의 감정 표현 전부였다.
KGC는 11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나이츠와 경기에서 96-70으로 승리했다. 팀 3연승의 '일등공신'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주목받았던 문성곤이었다. 그는 이날 3점슛 3개를 포함해 17점 5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맹활약했다. 17득점은 개인 커리어 하이었다. 공격에서 뿐 아니라 수비에서 3-2 지역방어의 중추적 역할을 하며 팀에 공헌했다.
김승기(44) KGC 감독은 "그동안 터져 주길 바랐던 문성곤이 터지면서 경기를 순조롭게 풀었다. 오늘 소득은 문성곤이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는 데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빛을 보기까지 마음고생이 컸다. 문성곤은 고려대 재학시절이었던 2015년 9월 아시아선수권 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시즌 22경기에 나서 경기당 1.68점, 1리바운드, 0.27도움에 그쳤다. 선수층이 두터운 KGC에서 출전 기회를 잡는 것도 어려워 보였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를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문성곤은 "대학 시절에는 '그래도 수비는 프로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막상 와 보니 그렇지 않더라"며 "비시즌에 전술 훈련 등을 할 때도 감독님이 요구하는 것을 소화하지 못하는 나를 알게 됐다. 대학 4년 동안 너무 나태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문성곤은 '슈퍼루키'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벗어나 진짜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 분투중이다.
그는 "나는 입단 때부터 실력 면에서 거품이 낀 선수였다. 대학 때 '슈터' '에이스'라는 말을 들었다. 비시즌부터 '이런 것들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농구나 잘하자'고 자신을 다잡았다"며 "올 시즌 2라운드부터 이 거품이 조금씩 걷히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의 조언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문성곤은 "김승기 감독님이 '플레이가 소극적이다'고 지적하셨다. 실수를 하더라도 시원스럽게 하라고 당부했다. 그런 면을 고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모처럼 온 기회를 꽉 붙잡겠다는 각오다. 문성곤은 지난 3일 부상으로 이탈한 '에이스' 양희종(32)을 대신해 출전 시간을 늘려 나가고 있다. 그는 "(양) 희종 형의 역할이 워낙 컸기 때문에 내가 메울 수 있다고 생각은 안 한다.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부분을 다른 선배들과 함께 잡아가고 있다"며 "앞으로 경기에 많이 뛰면서 주전, 식스맨 할 것 없이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