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노사 관계에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 내면서 1년4개월 만에 갈등을 푼 반면 대한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대립 양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한항공 노사 끝모를 '강대강' 대치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올해 임금인상을 둘러싼 교섭 결렬로 22일부터 31일까지 전체 조종사 약 2700명 중 170여 명이 참여하는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 7일 서울 공항동 본사에서 임금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최종 결렬됐다.
이날 협상에서 노조 측은 임금 인상 요구 수준을 기존 37%에서 8%포인트 낮춰 29%로 제시했지만 사측은 1.9% 인상안을 유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한항공 노사는 지난해부터 임금협상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갈등을 이어오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오는 22일부터 31일까지 1차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은 2005년 12월 이후 11년 만이다.
파업이 현실화된 가운데 파행 운항 등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항공업계는 이번 파업 시기가 연말·연초 성수기 시즌과 맞물리면서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2005년 파업 당시 항공편 1000여 편이 결항됐고 2600억원이 넘는 직·간접 손실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조종사 노조는 연말 국내선 이용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한다며 이번 파업 때 B737 기종의 기장은 참여자에서 제외키로 했다. 필수유지업무 비율을 유지하며 합법 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된 항공업은 파업 시에도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을 정상 운행해야 한다.
파업 전 추가 협상 여지는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사 노조 측은 "사측이 인상안을 조정해 협상을 추진한다면 언제든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노조와 대화하며 원만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끝내 파업한다고 해도 탑승객 불편이 없도록 대응책을 면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 임금협상 마무리…노사관계 '순항'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한 대한항공과 달리 아시아나항공은 조종사 노조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하면서 노사 분쟁 리스크를 해소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3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잠정합의안 찬반 투표에서 82%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잠정합의안 내용은 2015년 기본급 및 비행수당 동결, 2016년 기본급 4% 인상, 2016년 비행수당 개인별 2.4% 인상이 골자다. 앞서 지난달 16일 마련됐던 잠정합의안 내용이 그대로 통과된 셈이다.
노사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임원 감축과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사 경영환경과 업황을 고려한 노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노사는 지난해 7월 임금협상을 시작한 지 1년 4개월여 만에 상황을 매듭지으면서 사측은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고 노조 측은 3년 만에 기본급이 인상되는 성과를 얻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와의 임금 협상의 경우 노사 상호 간의 이해와 대화로 최종 합의에 이르게 돼 의미가 있다"며 "향후 보다 발전적이고 상생을 지향하는 노사관계 유지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종사 노조와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낸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대한항공 노사는 끝모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파급효과가 더 큰 대한항공 노조 파업으로 인해 운송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