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은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최고의 찬사다. 그런데 이 표현이 달갑지 않은 선수도 있다. 서울 삼성의 데뷔 20년 차 가드 주희정(39)이다. 프로농구 역사상 최초 1000경기 출장 대기록을 1경기 남겨둔 그는 산전수전은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공중전 만큼은 자신 없다. 고소공포증 때문이다.
주희정은 "17~18년 전쯤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기류 때문인지 기체가 엄청나게 흔들렸는데 '이러다 죽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 이후부턴 비행기 타는 생각만 하면 속이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난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주희정은 두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면 질색한다. 그는 지방 원정을 갈 때도 항공편을 이용하는 대신 홀로 구단 버스를 탄다. 지난 10일 부산 kt 원정 때도 새벽 6시에 일어나 부산으로 이동했다. 선수단은 8시30분에 김포공항을 출발해 부산으로 이동했다. 그는 "지방 경기가 있으면 동료들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난다. 번거롭지만 익숙해지면 괜찮다"며 "오히려 컨디션 관리하기는 버스가 낫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에 한 두 번 가족여행도 가까운 동남아로 간다. 주희정은 "일본과 동남아로 가는 가족여행이나 전지훈련을 갈 때면 수면제를 2알씩 먹고 잔다"면서 "아이들이 유럽이나 미국 여행을 해보고 싶어하는데 '커서 너희들끼리 가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비행기에는 왜 낙하산이 없는 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비행기와 상극인 스포츠 스타는 해외에도 있다. 네덜란드 축구의 전설적인 골잡이 데니스 베르캄프(47·은퇴)다. 환상적인 볼터치와 날카로운 슈팅이 전매특허였던 그는 현역 시절 쉐도우 스트라이커의 교과서였다. 그는 아약스 암스테르담(네덜란드), 인터 밀란(이탈리아), 아스널(잉글랜드) 등 명문 클럽에서 활약하며 프로 통산 553경기서 201골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대표팀 소속으로는 A매치 79경기서 37골을 넣었다.
완전무결한 것처럼 보이는 베르캄프도 약점이 있었다. 바로 비행기 공포증이다. 이 때문에 베르캄프는 유럽클럽대항전 원정 경기는 출전을 포기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회는 배를 타고 이동했다. 베르캄프는 2000년 유럽축구선수권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31세로 비교적 이른 나이에 대표팀을 떠난 이유는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2002 한일월드컵 출전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출신 골잡이들은 '플라잉 더치맨(Flying Dutchman)'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플라잉 더치맨'은 유럽 전설 속에 등장하는 무적의 유령선인데 축구에선 네덜란드의 영어식 표기인 '더치(Dutch)'로 해석해 '펄펄 나는 네덜란드인'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베르캄프는 날지 못하는 네덜란드인이란 뜻인 '논 플라잉 더치맨(Non-Flying Dutchman)'으로 불렸다.
지난 6월 세상을 떠난 세계 복싱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 역시 비행기 타는 걸 죽기보다 싫어했다.
알리를 12세 때부터 지도한 트레이너 조 마틴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알리는 비행기를 두려워했다. 1960년 로마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올림픽 메달은 포기해도 좋으니 비행기는 못 타겠다'고 했다"면서 "끈질긴 설득 끝에 알리는 비행기를 탔고 덕분에 라이트 헤비급 올림픽 금메달도 목에 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틴에 따르면 알리는 로마행 비행기에 머무르는 동안 낙하산을 착용했다. 이런 알리를 두고 미국 현지 언론은 "알리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명언을 남겼지만 정작 현실에선 날지 못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