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U-19 대표팀 공격수 박상혁(18·매탄고)이 신태용(46) 감독을 표현한 말이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신 감독 리더십을 '동네 아저씨'로 정의한 것이다. 박상혁뿐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감독님이 장난을 많이 쳐 준다" "선수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신 감독 지도 스타일을 설명했다.
신 감독은 '형님 리더십'의 대표주자다. 2008년 성남 일화(현 성남 FC) 감독으로 부임해 첫 감독직을 수행할 때부터 수직이 아닌 수평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권위보다는 소통을 중시했고 강압적인 방식이 아닌 자유를 유도했다. 선수들은 눈높이를 맞춰 준 감독과 허물없이 지냈고 이런 관계는 팀을 하나로 뭉치는 힘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결실이 찾아왔다.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대표적이다. 역대 성남 최약체라는 편견 속에서 일궈낸 기적과 같은 우승이었다.
이후 국가대표팀 코치로서 형님 리더십이 발휘됐다. 신 코치는 선수들과 울리 슈틸리케(62) 감독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감독을 맡아 8강에 올려놓은 것 역시 부드러운 리더십의 힘이었다.
지금 그는 지도자 생활 중 가장 어린 연령대를 지도하고 있지만 철학은 변하지 않았다. U-19 대표팀과 너무 많은 나이차로 인해 '형님 리더십'에서 '동네 아저씨 리더십'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은 같다. 지난 1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U-19 대표팀이 첫 소집될 때부터 '자유'를 강조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했다. 짓누를 생각이 없다"며 "요즘 어린 선수들은 너무 틀에 박힌 축구만 하려고 한다. 감독 눈치를 보지 않으면 창의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신 감독 철학이 U-19 대표팀에서도 조금씩 결실을 내고 있다. 지난 19일 제주에서 첫 실전을 가졌다. U-19 대표팀은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부산 아이파크와 격돌했다. 청소년대표팀 첫 상대로 프로팀은 너무나 강한 상대였다. 부산은 챌린지 강호다. 결과는 0-3 완패였다. 경기 뒤 신 감독은 "첫 경기라 선수들이 많이 긴장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경기에 임하는 자세는 만족스러웠다. 앞으로 기대해 볼만 하다"고 평가했다.
20일 부산과 2차전을 가졌다. 놀라운 일이 펼쳐졌다. U-19 대표팀이 부산을 3-1로 무너뜨린 것이다. 부산은 최정예 멤버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청소년팀이 프로팀을 이긴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다. 신 감독은 "골을 넣은 것에 만족한다. 내가 원하는 모습도 많이 나왔다. 이번 경기 승리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U-19 대표팀 저력은 21일 광운대와 평가전에서도 나왔다. 광운대전에서 강지훈(19·용인대)과 김진야(18·대건고)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챙겼다.
신 감독은 "선수들이 내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잘 따라오고 있다.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앞으로 충분히 잘해 낼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동네 아저씨'를 중심으로 팀이 하나가 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모습이다.
신태용팀은 22일 광운대와 평가전을 끝으로 제주도 전지훈련을 마친다. 그리고 신 감독은 제주 훈련에 참가한 35명 가운데 다음 달 중순 포르투갈 전지훈련에 함께 갈 23명의 선수를 추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