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는 지난 2일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새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주인공은 김선웅(45) 변호사. 그는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선수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야구 규약개정과 선수 초상권 계약, 에이전트 제도 도입 등을 추진했다. 특히 지난 10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로야구 구단과 선수 간 불공정 개약 관행 4가지를 시정하는 데에도 큰 힘을 썼다.
과거 참여연대 소속으로 재벌개혁 활동을 했던 그는, 이제 대기업 산하 프로야구단 선수 권익보호와 KBO리그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선수협회 사무실을 방문해 김 사무총장을 만났다.
- 사무총장 업무를 본격 시작했는데, 달라진 점이 있는가.
"달라진 건 크게 없다. 앞으로도 불합리한 규약 개정을 목표로 일할 것이다. 더불어 선수가 팬 서비스를 더 열심히 하고, 프로야구가 산업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구단, 관계자 모두 야구 만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 선수협회 일을 시작한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어떻게 연을 맺게 됐는가. 혹시 야구계 인맥이 있었는지.
"인맥은 전혀 없었다. 평소 야구를 좋아했다. OB와 해태·삼미까지 3개 구단 원년 어린이 회원을 가입했을 정도니까. 변호사 시절에는 재벌 개혁 운동과 컨설팅·연구 관련 일을 주로 했다. 국민연금 감시도 했다. 10년 정도 일을 하고 2011년 안식년을 받았는데, 우연히 SNS에서 선수협회 법률자문 위원 구인 광고를 봤다. 야구를 좋아하고, 선수협회에 관심이 있어서 지원을 했다. 2012년 1월 선수협회 총회에 처음 참석했고, 2012년 9월 상근 계약을 하고, 사무국장 일을 시작했다."
- 이전까지 선수협회는 '주먹구구식 운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려운 점이 크게 없었다. 정말 아는 것이 없는 '백지상태' 였으니까. 과거 큰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고,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과 제도를 정착시키려고 노력했다. 선수협회 실무를 처음 시작할 때 초상권 권리 규약에 관련한 대응을 했다. 이전까지 법과 제도를 이해하지 못해 그냥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처리했더라. 법을 활용할 수 있는 인적 구성과 제도, 인프라 구축이 되지 않았다. 이제는 법의 필요성을 느끼는 것 같다. 사무총장으로 변호사를 선택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 지난 3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10구단의 탄생이 가장 큰 일이었다. 힘든 부분이 많았다. 여러 제약이 발생하면서 10구단 창단이 지지부진했다. 9구단 체제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오니까 '8개 구단으로 가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선수협회는 10구단 창단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선수와 감독·코치·프런트까지 모두의 일자리가 증가하지 않나. 실제 10구단이 창단되면서 선수의 은퇴 시기가 2~3년 더 늦춰졌다. 선수 최저 연봉이 2400만원에서 2700만원으로 올랐고, 외국인 타자 제도가 생긴 것도 큰 일 중 하나로 본다."
- 비활동 기간 보장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는데.
"2012~2013년 비활동 기간 보장에 대해 구단 차원의 의식변화가 감지됐다. 선수협회 역시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 이런 주장은 없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특정 감독님을 언급해서 죄송한데, 2014년 김성근 감독님이 한화에 부임하시면서 자율적으로 맡기는 분위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다시 노력을 한 끝에 올해 10개 구단이 모두 2월 1일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 선수들의 12월 야구장 출입금지를 결의했는데, 비판 의견도 있다.
"전국 20개 스포츠 센터와 제휴를 맺고,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준비했다. 대안을 마련했지만, 솔직히 부족한 건 사실이다. 많은 곳과 제휴를 해 편의를 제공하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율 훈련 보장이라는 주목적에 위배된다. 선수협회가 겨울 개인훈련을 강요, 강조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저연자 저연봉 선수 대다수는 11월까지 진행되는 마무리캠프에 참가한다. 마무리캠프에 앞서 해외 교육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도 있다. 이를 더하면 두 달 가량 훈련을 한다. 젊은 선수에게 훈련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12월은 휴식이 더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1월부터 야구장에서 훈련을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 선수들이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야구는 단체 운동이지만, 개인 운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각 포지션이 있고, 개인의 멘탈과 체력이 중요하다. 개인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는 걸 선수들이 인식했으면 좋겠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불거진 일탈 행위는 자기 관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구단에 속해있으니 '알아서 해주겠지'하는 의식이 있다. 이제는 팀에서 막아줄 수 없는 상황이 더 많다. 자기 관리가 매우 중요해졌다. 프로 선수로서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 선수들이 팬 서비스 의식이 모자란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인정한다. 선수들이 처음부터 구단에 끌려다니며 하다보니 실제 교육에 한계가 있었다. 팬으로부터 연봉이 나온다는 걸 인식하도록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신인 선수 교육 프로그램에도 포함돼 있다. 구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룰을 정했으면 좋겠다. 연봉 세부 조건으로 사인회·미팅 등 팬 서비스 등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으면 한다. 구단이 협의에 응하고, 결정을 해주면 규약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프런트의 고충도 물론 알고 있다. 그러나 얼굴 붉히는 일이 더 있어서는 안된다. 선수가 팬 서비스를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하겠다."
- FA(프리에이전트) 등급제와 계약금 상한이 최근 이슈인데.
"FA 시장의 전체적인 금액 규모를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각 구단마다 사정이 다르다. 선수를 충원하고 싶다면, 보상제도를 완화해 선수 수급을 늘리면 된다. 다른 제도를 만들어 덧씌우는 건 비용구조가 높아질 뿐이다. FA 계약금 분할 지급은 받아들일 생각이 있다. 계약금 상한선 제한도 적절하다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대신 우리는 연봉 감액 규정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본다. 미국처럼 부상자명단(DL) 제도를 도입하는 게 어렵다면, 일본처럼 한 시즌 최다 60일까지 부상으로 인한 결장은 인정해줘야 한다."
- 에이전트 제도 도입은 어떻게 되고 있는가.
"다음달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예정이다. KBO리그 관련 분야에서 5년 이상의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자격을 줄 것이다. 변호사와 미·일 공인 에이전트도 해당된다. 자격보다 중요한 건 결격 사유인데, 파산 또는 재정적 문제, 전과 경력이 있으면 신청자격을 제한한다. 현역 선수와 감독·구단 임직원도 겸직을 할 수 없도록 할 것이다. 규약과 에이전트 규정의 이해를 위한 소양 시험도 치른다."
- 저연봉 선수의 수수료 문제 해결이 중요한데.
"미국은 최저 연봉자에게 에이전트 수수료를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비슷하게 도입하려고 한다. 1억원 이하 연봉자에게는 수수료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초안에 들어가 있다. 연차수에 따른 수수료 차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선수가 음주사고,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가 되면 에이전트는 업무 정지, 자격 박탈 등 포괄적인 징계를 받게 된다. 연대책임이라고 보면 된다."
- 지금까지 한 일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선수들이 나에게 맡긴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이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과 제도적 문제를 파고 들 것이다. 따질 수 밖에 없다. KBO가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야구단은 모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생해야 한다. 그것이 공생하는 길이다. 현재의 제도적 장치에 의존하면 발전은 없다. 선수협회는 투명성을 유지하며 선수 권익 보호에 최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