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극 '막돼먹은 영애씨15'는 정말 최악의 시즌일까. 2007년부터 시작된 국내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15(이하 '막영애15')'가 이번 시즌 '불통 드라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팬들의 혹평이 이어졌지만 제작진이 전개 방향을 바꾸지 않아 '불통 제작진'이라는 반갑지 않은 별명이 붙었기 때문. 물론 제작진도 할 말은 있다. '막영애'가 방송된 10년 동안 강산이 변했듯 김현숙(이영애)도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작진의 변(辨)이다.
왜 또 삼각관계인가
시청자가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김현숙의 삼각 러브 라인이다. 서른아홉 살의 노처녀 김현숙에게 잘난 남자들이 사랑에 빠지는 전개가 흔한 신데렐라 멜로 드라마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상재 PD는 "지난 시즌 돌아온 김산호(김산호)와의 러브 라인이 애청자들의 관심을 받아 시즌 종영 후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또 같은 삼각 라인으로 시작하기엔 1년이라는 기간을 설명하기 쉽지 않아 결국 (삼각관계를 이룬 둘 중 한 명인) 이승준(이승준)을 선택한 채로 시즌이 시작됐다. 러브 라인의 재미를 위해 지금까지 영애씨에서 볼 수 없었던 상남자 캐릭터인 조동혁씨가 참여하게 된 것"이라며 "인생은 반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겨 상처를 받는다. 또 그 상처가 아물기도 한다. 그 과정을 그려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애씨의 변화
'막영애'는 원조 공감극이다. 화려한 전개나 스타 출연자 없이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공감의 힘이다. 그러나 삼각관계에 치중하다 보니 직장인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 내던 공감극의 면모는 사라졌다. 평범한 직장인을 대표하던 김현숙의 변화는 배신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PD는 "강산이 변하듯 10년간 어느 부분은 바뀔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반복되는 인생이 그러하듯 말이다"며 김현숙의 변화를 '시인'했다. 그는 "다큐드라마를 표방하며 방송을 시작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시대상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다. 직장인의 애환, 공감되는 부분을 여전히 다루고 있지만 10년 동안 방송되니 시청자들의 '막영애'를 향한 기대 심리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애씨, 결혼할 수 있을까
동어반복적 전개 또한 혹평을 받았다. '김현숙이 결혼할 수 있을까'를 놓고 10년 동안 남자 친구만 바꾸며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 노처녀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 꼭 결혼인 것은 아니지만, 제작진은 결혼 여부를 놓고 너무 오랫동안 밀고 당기기를 하고 있다. 한 PD는 애청자분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바라는 부분 중 하나가 김현숙의 결혼이다. 이번 15시즌은 어느 시즌보다 김현숙의 결혼에 가까이 접근했다. 그 과정에서 러브 라인의 당사자들은 서로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도 살아가는 과정 중 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