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걸그룹 샤크라의 멤버. '무한걸스'와 '우리 결혼했어요'로 예능 정점을 찍었던 황보가 오랜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3년전 휴식차 방송 활동을 잠시 그만두었던 게 이렇게 길어졌지만,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천생 연예인'이었다.
전보다 더 여유로워졌고, 눈빛은 깊어졌다. 지오아미 코리아(GIOAMI KOREA) 화보 촬영을 위해 신사동 스튜디오에 나선 황보는 "주름만 깊어졌다는 말 들을까봐 솔직히 긴장했어요"라며 시원하게 웃었다.
이번 화보의 컨셉트는 '놈코어(norm core)' 스타일. 꾸민듯 꾸미지 않은, 꾸미지 않은 듯 꾸민 자연스러운 '놈코어' 룩처럼 그는 편안해 보였다. 생얼에 청바지, 스니커즈 차림으로 등장했지만 단박에 연예인 포스가 느껴졌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쉴 때 모델 알바를 하기도 했어요. 1~2년 전 홍콩으로 무작정 떠나 1년 넘게 살다가 돈이 떨어진 거예요. 모델 오디션 보고, 광고 출연을 했죠. 데뷔 제안도 받기도 했어요. 하하. 그때 경험을 작년 초 'If Not Now When'이라는 에세이집으로 냈어요."
화려한 연예계를 떠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뭘까? "샤크라와 예능으로 확 떴지만 인간 황보혜정의 존재는 단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힘든 날도 '황보'로 일을 해야 했고, 내 자신을 돌아볼 겨를은 없었죠. '무한걸스' 시절 (송)은이 언니가 뉴욕으로 떠나려던 제 계획을 알고 좀 말리셨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해보고 싶은 일을 하나'란 생각에 그냥 떠났어요. 그래도 '무한걸스' 멤버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무한걸스' 촬영은 했어요. 출연료보다 비행기값이 더 나갔던 시절이었네요. 이후 방송이 종영됐고 자연스럽게 쉬게 된 거죠. 상수동에다 카페를 냈고, 일본으로 가서 친구와 옷가게 동업을 하기도 했어요. 홍콩에 있는 친구들과 의류 브랜드 론칭을 같이 했고, 그렇게 3년간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잘 살았어요."
자연인으로 살았지만 여전히 황보를 궁금해하고 원하는 곳이 있었고 지금의 소속사 대표가 "일 안해도 좋으니 계약하자"는 파격 제안을 했다. 복귀 아닌 복귀를 하게 된 이유다.
"지금 사장님인 채영곤 대표님은 샤크라 시절 현장 매니저였어요. 그때 엄청 무서웠는데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라.(웃음) 사실 이상민 사장님도 샤크라 제작자 시절 엄청 무서웠는데 지금은 본인이 더 연예인 같아지셨어요. Mnet '음악의 신' 때 불러주셔서 카메오 출연했어요. 제가 사업하면서 빚이 좀 있거든요. '원래 ceo는 빚이 좀 있어야 한다'고 위로해주시더라고요."
거창한 복귀나 장르를 넘나드는 맹활약을 다짐하기보다,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살고 싶은 게 지금의 황보다.
"아이돌 시절보다 돈 못벌어도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해요. 세상에 대한 시야도 넓어졌고 인간 관계도 좀더 성숙해진 것 같아요. 드라마든 예능이든, 패션뷰티 사업이든, 욕심 내지 않고 절 원하는 곳이 있으면 달려갈래요."
이인경 기자 lee.inkyung@jtbc.co.kr 화보총괄기획=이기오(지오아미코리아 편집장), 사진=김다운(스튜디오다운), 헤어=설경주 실장, 메이크업=진동희(진끌로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