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올 시즌 조인성(41)과 차일목(35)·허도환(32)이 돌아가며 안방을 지켰다. 차일목이 가장 많은 117경기를 뛰었고, 조인성과 허도환이 각각 76경기, 48경기를 소화했다. 성적은 아쉬웠다. 포수 3명의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 합은 -2.08이었다. 팀에 2승이 조금 넘는 손실을 안겨 줬다는 의미다. 허도환(0.20)이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을 뿐, 차일목(-0.77)과 조인성(-1.51)은 마이너스 WAR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 강민호는 혼자서 팀에 5승 이상을 더했다.
한화 안방은 지난 2013년 신경현이 은퇴를 선언한 뒤 무주공산이었다. 이희근과 박노민·정범모 등 여러 선수가 기용됐지만 안방마님은 되지 못했다. 구단은 외부로 눈을 돌렸다. 2014년 SK와 트레이드를 통해 베테랑 포수 조인성을 영입했다.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엔 허도환(4월)과 차일목(11월)을 각각 트레이드와 2차 드래프트로 데려왔다. 김 감독이 조인성·차일목·허도환을 중용하면서 한화의 프랜차이즈 포수 계보는 끊어졌다.
조인성과 차일목·허도환은 즉시 전력감이다. 그러나 타 구단 포수 전력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여기에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 조인성은 지난해부터 다리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으며 풀타임이 힘들어졌다. 차일목은 올해 분전했지만, 허리에 통증이 있다. 허도환은 타 구단 안방마님과 비교해 기량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이도 많다. 조인성은 40대에 접어들었고 차일목과 허도환은 30대 초·중반을 넘어섰다.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화는 베테랑 3명 외에 정범모와 박상언·지성준·박준범을 포수 자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정범모와 지성준은 최근 2년 동안 1군 출장 기회를 얻었지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김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2년 차 박준범과 신인 박상언의 성장을 기대했다. 오키 야스시 배터리코치와 김정준 수비보조코치가 전담 지도를 했다. 그러나 둘 모두 예상보다 성장이 더뎠고 올해 1군 데뷔에 실패했다.
한화의 포수 세대교체 실패는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과 궤를 같이한다. 한화는 2013~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승택과 김민수를 각각 상위 지명으로 선발했다. 한승택은 2013년 2차 3라운드(23순위), 김민수는 2014년 2차 2라운드(24순위)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둘은 한 시즌 만에 이적했다. 한승택은 2014년 FA 이용규의 보상선수로 KIA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수는 2015년 FA 권혁의 보상선수로 삼성에 지명됐다. 한승택과 김민수를 내준 게 안방 전력 약화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전략적인 선수단 구성이 이뤄지지 못했다.
한승택은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해 KIA에 복귀했다. 올해 와일드카드에서 KIA 안방을 지키며 맹활약했다. 한승택의 활약을 지켜본 한화 관계자는 쓰린 속을 부여잡았다. 김민수는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내년 시즌 삼성에 복귀한다. 이흥련(두산)이 떠난 백업 포수 자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FA 이원석의 보상선수 명단에 이흥련을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가 김민수의 복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