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디지털차트 속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음원차트 톱100 순위를 스트리밍하는 시대, 과연 대중들이 숨은 노래들을 알아봐줄까. 미스틱엔터테인먼트(미스틱)와 SM엔터테인먼트(SM)가 차트 1위만 기억하는 음반시장에 새 물꼬를 텄다. 음원채널을 오픈하고 정기적으로 리스너를 만나고 있다. 좋은 음악은 분명 대중이 알아봐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출발했다.
미스틱 수장 윤종신은 2010년 한 달에 한 번씩 노래를 내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놓았다. 앨범 위주였던 당시만해도 매달 노래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 하지만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는 6년 째 지속되고 있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을 통해 발라드, 힙합, 일렉트로닉 스윙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음악을 선보이며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이렇게 달마다 나온 노래는 행보(行步)라는 이름의 음반으로 재탄생된다. 나아가 올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월간 윤종신' 스튜디오를 오픈해 독자적인 매체로 한 번 더 도약을 시도했다.
소속사는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7년 동안 70~80곡 정도가 공개됐는데 한참 전에 공개된 노래가 갑자기 역주행을 할 때도 있다. 그렇게 입소문이 나면서 지금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12월 공개곡 '그래도 크리스마스'가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JTBC '뉴스룸' 엔딩곡에도 삽입됐고 올 한해를 마음 아팠던 일들을 돌아보는 애니메이션 형식의 뮤직비디오 또한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대형 아이돌을 키워내는 SM도 정기적 음원 발매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차트 1위에 연연하지 않고 소속 아티스트들이 하고 싶은 음악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공간인 'SM스테이션'을 마련했다. SM은 "매주 한 곡씩 내는 '스테이션'을 통해 총 47곡이 탄생했다. 처음엔 소속 가수들 위주였는데 요즘엔 외부에서 먼저 음원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SM스테이션'은 다양한 협업을 추구한다. 타 소속 가수들은 물론 개그맨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오픈했다. MBC '무한도전'(엑소x유재석 '댄싱킹'), JTBC '아는형님'(김희철x민경훈 '나비잠'), '님과함께'(윤정수x김숙 '너만 잘났냐') 등 예능콜라보 또한 인상적이었다. 장르의 한계 또한 없다. 헤비메탈부터 트로트, 클래식까지 다채로운 장르로 꾸준하게 리스너들과 소통해 오고 있다. 30일 자정엔 스티브 바라캇이 피아노 연주하고 재즈 보컬리스트 이동우·슈퍼주니어 예성·소녀시대 써니·에프엑스 루나·레드벨벳 웬디 슬기·NCT 127 태일 도영이 가창을 맡은 재능기부곡 '너의 목소리 (Sound of Your Heart)를 공개, 연말연시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 평론가는 "힘들게 노래를 내도 주목받는 건 더 힘든 요즘이다. 그 안에서 꾸준하게 음원을 발표하는 채널을 만들면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된다. 아티스트가 아닌 채널만의 팬덤을 형성할 수도 있다. 또 어떤 음악이 나올까 하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면서 "아티스트의 기회를 넓히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인 동시에 대중들과 소통 창구의 역할도 하는 일석삼조 효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