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닭의 해를 맞아 은행권에서 닭띠 행장 3명의 운명이 주목된다. 1957년생 동갑내기인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올해 다시 수장의 자리에 도전한다. 특히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이 행장과 조 행장은 연임과 지주 회장직에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행장들이 닭의 기운을 받아 1인자의 자리를 꿰찰 수 있을까.
이광구 행장 연임 도전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4일 이사회를 열고 새로운 행장을 뽑기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이 행장의 임기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까지다. 정기주총이 보통 3월 넷째주 금요일에 열린 것을 감안하면 이 행장의 임기는 3월 24일까지로 예상된다.
주총 전에 민영화로 새롭게 합류한 사외이사들은 임추위에서 오는 2월쯤 행장 후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서는 이 행장이 연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우리은행의 최대 숙원이었던 민영화를 성공했다는 성과 때문이다.
또 이 행장은 작년에 '위비' 브랜드를 앞세워 모바일은행과 멤버십·마켓 등을 론칭하며 위비 플랫폼을 완성했다. 해외 지점을 250개까지 늘려 국내 은행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 수를 보유하는 성과도 냈다.
민영화로 이제 막 우리은행의 지분을 얻은 과점주주들 입장에서는 큰 변화보다는 현상 유지를 원한다는 점도 이 행장의 연임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과점주주들의 추천으로 뽑힌 새로운 사외이사들도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사를 행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병 행장, 차기 회장 유력 조 행장은 오는 3월 임기가 끝나는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이을 차기 회장의 유력 후보로 꼽힌다.
신한금융지주는 오는 6~7일 신한경영포럼에서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차기 회장 선출에 나선다. 위원회는 한 회장을 포함해 사외이사 등 7명으로 구성되고 이들은 3~4차례에 걸쳐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실세인 한 회장의 의중이다.
조 행장은 중립적인 성향 때문에 차기 회장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 회장의 경우 지난 신한사태의 잔재를 청산하고 싶어한다"며 "그래서 중립적인 성향이 강한 조 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행장에 맞서 후보에 이름을 올린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의 경우, 지난 2010년 회장 자리를 두고 내부 분열이 일어났던 '신한사태' 당시 홍보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다는 사실이 꼬리표처럼 붙어다닌다.
조 행장은 그동안의 성과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조 행장은 지난 2015년 취임 당시 모바일은행 써니뱅크를 출범시키고 스마트워크센터와 같은 자율출퇴근제 등을 도입했다.
박진회 행장 연임 가능성 높아 지난 2014년 취임해 올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행장은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
하영구 전 행장이 5번이나 연임을 했다는 사실을 놓고 볼 때 박 행장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으로 금융권은 전망했다.
박 행장은 지난해 고액 자산가들을 타깃팅해 자산관리 강화와 디지털 전환 등의 성과를 거뒀다. 특히 씨티은행 반포지점과 청담지점을 최대 규모의 자산관리 서비스 영업점으로 탈바꿈시키고 자산관리 서비스의 수준을 명품급으로 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