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이 천신만고 끝에 잠실 월드타워점을 재개장했지만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특허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출국 금지시키는 등 숨통을 점차 조여오고 있다. 수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월드타워점은 또 다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193일 만에 영업재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6월 26일 영업 종료 이후 193일 만인 지난 5일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2015년 '2차 면세점 대전' 당시 특허를 상실했던 월드타워점은 작년 12월 재취득하면서 특허장을 다시 받았다. 재개장으로 지난 6개월간 사라졌던 직원 일자리 1200개가 부활했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192일의 휴점 기간이 무색하게 오픈 첫 날부터 중국인 관광객 5000명과 내국인 3000명 등 8000여 명의 고객이 찾았다. 특히 중국 VIP 고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뤄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샤넬·티파니·불가리 등의 매출은 13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는 물론 통행로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중국에서 한류 인기 품목인 화장품을 구매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롯데면세점은 350여 개 브랜드를 시작으로 기존 운영 브랜드 매장 대부분을 차례로 열 계획이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축배 들기엔 아직 일러 월드타워점의 호황에도 롯데면세점은 아직 축배를 들지 못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연루되면서 또 다시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야권에서 사업장 취소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낸 것 외에도 소상공인연합회가 서울행정법원에 취소 처분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청구하는 등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당장 10일 서울행정법원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소상공인연합회가 제기한 면세점 사업자 선정 처분 취소 및 선정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리기일로 지정했다. 만약 이날 행정법원에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정부의 3차 면세점 특허발급 업무는 특검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정지되고, 월드타워점도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이 경우 롯데 월드타워점은 재영업 6일 만에 다시 문을 닫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을 어렵게 재개장 했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재개장 첫 날 별도의 오픈 행사를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면세점은 지난 5일 월드타워점 재개장 당시 별도의 세레머니나 자축 행사 없이 곧바로 영업에 돌입했다. 193일 만의 부활을 자축할 만도 하지만 테이프 커팅이나 기념촬영도 생략했다.
롯데에 칼날 겨눈 특검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 이외에도 롯데를 수사할 수 있음을 시사해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롯데그룹과 관련 롯데면세점의 특허권 재승인을 주요 수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롯데그룹이 거액의 돈을 비선실세 최순실과 연루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하고, 그 대가로 면세점에 대한 재승인을 청탁한 게 아니냐는 것이 수사의 초점이다. 이와 관련 특검은 최근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를 출국금지 시킨 상태다.
특검은 정부가 지난해 4월 대기업 3곳에 면세점을 추가로 내주겠다고 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롯데는 당시 월드타워점에 대한 특허권을 잃은 상황이었는데 정부의 이런 결정으로 다시 기회를 얻게 됐다.
특히 면세점을 추가하기로 결정하기 직전인 3월 박 대통령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비공개 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롯데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추가 출연을 요청 받았고, 롯데는 70억원을 추가로 출연했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기 직전 돈을 돌려받았다.
일부에서는 특검의 수사망이 신 회장에게까지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특검 조사 결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월드타워점이 또 다시 영업 중단 상황에 놓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서 관세청은 지난해 말 사업권 심사 발표 당시 특검 수사결과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문제가 드러날 경우 해당 기업의 특허권을 취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측은 여러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재작년 진행된 면세점 심사에서 모두 탈락했다"며 "특혜를 받은 적도 없고, 특혜를 요구한 것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