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진은 데뷔 뒤 5년간 활약한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지난달 15일 강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그동안 K리그에서 보여줬던 부진을 씻고 새 팀에서 에이스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2017년에 대한 설레는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5일 뒤 성남 FC에서 뛰던 황진성(33)이 강원에 입단했기 때문이다.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 황진성은 문창진과 포지션은 물론이고 플레이스타일까지 겹친다. 문창진은 포항 시절 '리틀 황진성'으로 불렸다.
프로 14년 차 황진성은 포항 스틸러스에서 뛰던 시절 K리그를 주름잡은 공격형 미드필더다. 2012년 정규리그에서 무려 공격포인트 20개(12골·8도움)를 기록하며, 포항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꼽혔다. 이듬해에도 공격포인트 13개(6골·7도움)를 올리며 더블(정규리그·FA컵 우승) 달성에 기여했다.
이처럼 황진성은 K리그서 통산 249경기를 뛰며 49골을 넣고 도움 60개를 기록하고 있다. 능수능란한 드리블과 화려한 공격력에 반한 포항 홈팬들은 황진성에게 당시 세계적인 스타 카카(35·현 올랜도 시티)의 이름을 따 '황카카'라는 애칭을 붙였다.
황진성이 펄펄 날던 당시 문창진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었다. 문창진은 2013년 황진성이 팀을 떠나면서 에이스의 바통을 이어 받았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문창진은 "(황)진성이형을 처음 본 건 고등학생이던 7년 전"이라며 "프로 데뷔한 후로도 진성이형은 우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항 시절 진성이형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했다. 하지만 그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런 황진성과 한솥밥을 먹게 된 문창진은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다.
문창진은 "진성이형과는 4년 만에 다시 강원에서 만났다. 너무 반갑다"면서도 "공교롭게도 포지션이 같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두고 경합해야 할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포기는 없다. 문창진은 "주전 자리를 위해 사력을 다하겠다"고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진성이형은 나를 많이 챙겨주는 선배다. 너무 감사하다"면서도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후배가 없다. 최선을 다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문창진은 이번 동계훈련을 승부처로 보고 있다. 강원은 지난 8일부터 울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오는 25일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다음 달 5일부터 22일까지는 일본 미야자키로 이동해 마지막 선발 경쟁을 펼친다.
문창진은 "주전 자리를 꿰찰 자신이 있다. 동계훈련에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면 감독님도 알아 줄 것"이라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