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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특검의 악연이 재연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부회장은 최순실씨 일가에게 거액의 자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신의 경영권 승계가 달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5년 최씨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에 220억원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그 해 9~10월 추가로 35억원을 지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현한 기부금 204억원까지 합치면 최씨 일가에 지원한 금액은 총 459억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9년 만에 다시 피의자로 특검 조사를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8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하면서 경영권을 불법 승계했다는 의혹으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적이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을 정상보다 싼 가격에 넘겨 받아 그룹 지배권을 획득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에버랜드 CB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으로 파는 과정에서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이 부회장이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당시 특검은 증거 불충분으로 이 부회장의 조사를 무혐의로 종결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대신 아버지 이건희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원의 실형이 내려졌다.
그 이후 이 부회장은 9년 만에 다시 특검을 마주하게 됐다. 2008년에는 아버지가 사태의 책임을 졌지만, 이번에는 사실상 그룹 1인자로서 조사를 받게 됐다. 기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그룹 총수로서 처음으로 법정 앞에 서게 된다.
삼성과 특검의 만남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이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를 대거 불러들였다. 삼성이 1938년 창업 이후 처음으로 검찰에 불려 들어간 것이다.
이후 삼성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 2005년 서울중앙지검의 불법도청 사건 수사, 같은 해 서울중앙지검의 에버랜드 CB 편법 증여 사건 수사 때도 총수가 소환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지만 임원들이 조사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두 번째로 이 회장이 소환된 것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폭로하면서다.
당시 특검은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하고 아들 이 부회장에게 넘겨 에버랜드에 969억원의 손해를 안긴 혐의, 4조5000억원의 비자금을 은닉한 혐의 등으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CB 발행에 대해서는 무죄를 받았지만 배임과 조세포탈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확정됐다.
유죄가 확정된 후 4개월 만인 2009년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받아 풀려났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