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름표를 가진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작품성 등이 중요한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아름다움’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은 주관적인 가치고, 그에 대해 모두가 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기에 다수의 공감을 사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위 사진)는 이 어려운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해내는 당찬 디자이너다. 수많은 디자이너 사이에서 그녀가 유독 빛나는 이유는 자신이 잘하고,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의 디자인만 선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낸다. 그녀는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드라마 ‘가면’의 수애 목걸이, 영화 ‘아가씨’의 김민희 귀걸이 등 캐릭터를 대변해주는 그녀의 주얼리는 항상 화제가 된다. 그녀의 작품들이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깊이 있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유는 “그만의 의미와 스토리를 담는다”는 그녀의 속 깊은 디자인 철학 때문일 것이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서도 그녀의 작품들은 존재감을 발휘했는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달의 연인’의 해외 MD 사업 총괄을 맡은 업체 측은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이 줄곧 클릭수와 판매수 1위를 내주지 않고 있다는 인터뷰를 한 바 있다.
요즘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KBS 월화 드라마 ‘화랑’에서도 그녀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해볼 수 있다. 가장 한국적인 색채을 담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 정재인 작가를 만났다.
Q. 인터뷰를 많이 하다 보면 아쉬운 일은 없나? 짧은 시간 안에 다 전달하지 못하는 지점들도 있을 것 같다
A. 내가 솔직하게 말하는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일과 타인에 대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래서 말을 많이 고르려고 한다. 근데 송출된 기사를 보고 ‘이렇게 받아들여졌나’ 싶을 때도 있기는 하다(웃음). 내가 말을 유창하게 잘 하지 못하는 탓인 것 같다. 그리고 활자로 옮겨지고, 지면 관계 상 사이사이의 말들이 축약되는 과정에서 조금 변형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한국말은 앞 뒤 맥락이 잘리면 다른 말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정말 작은 부분들이다.
Q. 주로 함께 한 연예인에 대한 질문이 많을 것 같다
A. 그렇다. 나보다 함께 한 연예인 분들께 더 관심 있으신 것 같아서 질투 날 때도 있다.(웃음) 농담이다(웃음). 솔직히 함께 작업했다고 그 사람을 다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는 최대한 좋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다. 그리고 실제로도 좋은 마음이다. 우리 주얼리를 착용하고 신경 써주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기도 하다.
Q. 예쁘고 멋진 배우들과 작업했다. 가장 아름답고 인상 깊게 느껴진 배우는 누구인가?
A. ‘사임당, 빛의 일기’ 이영애 씨와 ‘품위 있는 그녀’ 김희선 씨. 두 분은 ‘예쁘다’라는 표현이 좀 부족하게 느껴진다. 깊이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 얼굴도 정말 아름다우신데, 어떤 좋은 느낌이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친절하시다. 대화를 할 때, 배려를 많이 해주시는 따뜻한 마음도 함께 느꼈다. 정말 감사했다. 두 분 다 진정으로 아름다우신 분들인 것 같다.
Q. ‘품위 있는 그녀’는 촬영 중으로 알고 있는데, 김희선을 만나기도 하나?
A. 어제 진주 목걸이를 만드는 장면이 있어서 현장에 갔다. 그런 장면이 있으면 따로 요청이 오는데, 제작진에서 여러 가지 배려를 해주신다. 어제도 김희선 씨께서 주얼리 예쁘다고 말씀해주셨는데 볼 때마다 참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 김윤철 감독님도 정말 좋으시다. 전문가는 역시 다르다며 매번 말씀도 따뜻하게 해주시고, 주얼리 타이트샷도 신경 써서 잡아주신다. 사실 어제 장면은 급하게 요청이 와서 준비할 시간이 많지는 않았는데, 현장에서 너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Q. 남자 배우는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A. ‘가면’ 주지훈 씨. ‘가면’은 내게 큰 기회였고, 꼭 잘 해내고 싶었던 작품이었다. 그래서 작업하면서 스스로를 많이 힘들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얼리부터 소품, 미술 작품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는데 사실 큰 자신감은 없었다. 목걸이 주얼리, 결혼반지, 타이핀, 옵아트 그림, 만년필, USB, 보석상자, 액자 등 모든 아이템이 주지훈 씨와 연관이 있어서 항상 주지훈 씨를 만나게 됐었다. 새로운 디자인을 가져갈 때마다 주지훈 씨께서 ‘작품이 좋다’는 말씀도 해주시고, 그 장면에 왜 그런 디자인을 했는지 알겠다는 식의 말들을 보태주셔서 큰 힘이 됐다. 그리고 주얼리가 클로즈업 될 때, 방향을 물어봐 주시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신경 써주셨다. 현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을 때, 크게 말씀해주셔서 더 감사했다.(웃음) 배려해주시는 마음을 많이 느꼈고, 정말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이 끝나고도 기억에 많이 남는 일들이다.
Q. 작품을 정말 많이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달의 연인‘으로 멋진 장신구를 선보였는데, 현재 방영되는 드라마 ‘화랑’에서도 정재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박서준과 박형식이 번갈아 착용하는 용 문양 금팔찌가 눈에 띈다.
A. 화면에 너무 멋지게 담아 주셨다. 윤성식 감독님께서 주얼리들을 정말 예쁘게 잡아주셔서 드라마 볼 때마다 신난다(웃음). 팔찌는 급하게 작업하게 됐는데, 내가 한 배우 분의 사이즈밖에 모르고 있었다. 거기에 맞췄더니 촬영 때, 팔찌 뒷부분이 묶는 것으로 변경됐다. 화면을 보면서 그 상태로는 아마 착용하기 불편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면서 배우 분들께 미안하기도 했고,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근데 촬영 때는 그 부분에 대해 수정 요청이 없었다. 배우 분들께서 필요 없는 장면에도 너무 열심히 착용해주셔서 팔찌가 낡았다는 말은 들었다. 박서준 씨, 박형식 씨 두 분 다 정말 감사했다.
Q. 정재인 작가가 요즘 가장 즐겨 보고 있는 드라마는 ‘화랑’인가?
A. 애청자의 마음으로 본방사수 하고 있다.(웃음) ‘화랑’은 작업 기간 내내 웃으면서 했던 좋은 작품이었다. 일하다 보면 힘든 일도 생기는데, ‘화랑’ 때는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 얼마 전에 드라마 ‘왕은 사랑한다’ 피팅 하러 갔는데, ‘화랑’ 미술 팀 분들이 계셔서 한참 수다 떨고 그랬다.(웃음) 같은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은 아니고, 우연히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다.
Q. ‘왕은 사랑한다’(이하 ‘왕사’)에는 ‘달의 연인’에서 함께 작업했던 홍종현이 출연한다. ‘달의 연인’에서 홍종현이 맡았던 왕요 캐릭터하면 화려한 장신구가 먼저 떠오를 정도로 장신구가 캐릭터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했다. 정재인 작가도 많이 신경 쓴 것 같은데 이번에는 어떤가?
A. 두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같고, 왕요와 린 모두 장신구가 배제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아니다. 왕요가 장신구가 많았던 캐릭터기 때문에 이번에 나도 좀 주저하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제작사 대표님께서 린도 왕족이라고 강조하셨다.(웃음) 이전과는 다르면서도 더 멋진 모습이 보여 지도록 많이 연구해야 될 것 같다.
Q. 두 작품이나 함께 했는데, 정재인 작가가 본 배우 홍종현은 어떤가?
A. 홍종현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먼저 반겨주셔서 주변 분들이 “맞다. 둘이 ’달의 연인에서 만났었지. 보기 좋다.”라고들 하셨다.(웃음) 홍종현 씨에 관해서는 좋은 말밖에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좋은 면밖에 못 봤다.
정재인 작가가 처음 디자인한 여자 반지 (‘해를 품은 달’, 한가인) 정재인 작가가 처음 디자인한 남자 반지 (‘장옥정, 사랑에 살다’, 유아인)
Q. 임시완은 어땠나?
A. 임시완 씨도 좋았다. 워낙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도 임시완 씨가 정말 좋은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편하고, 또 좋게 대해주시는 분인 것 같다. 장신구를 대보자마자 “너무 멋지다”라고 말씀 해주셔서 더 좋은 마음이 들었다.(웃음)
Q. 임시완도 ‘해를 품은 달’에 함께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A. 내가 참여했다고 하기엔 분량이 적고, 엄마가 참여했다. 나는 반지 몇 개만 디자인했는데 반지가 화면에 너무 잘 나와서 좋아했다.(웃음) ‘해품달’은 내가 처음 디자인한 반지가 나왔던 작품이라 내게도 의미가 깊은 작품이다.
Q. 정재인 작가는 남자 반지도 디자인을 많이 하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남자 반지는 무엇인가?
A. ‘장옥정’에서 유아인씨께서 착용했던 반지. 처음 만들었던 남자 반지라 부족한 점이 많았고, 나도 자신이 많이 없었다. 근데 아인씨께서 잘 보이게 신경 써주시겠다며 제작 발표회 때 반지 낀 손을 들어주셨다. 기사 사진으로 많이 남게 됐다. 현장에서 보고 정말 크게 감동 받았고, 정말 감사했다. 벽장에 고이 모셔뒀는데 가끔 볼 때마다 그 날의 감동이 같이 떠오르고는 한다.(웃음)
Q. 그런 반지는 판매하지 않고, 벽장에 고이 모셔 두는가? A. 특별한 추억이 담긴 반지니까 벽장에 고이 모셔 뒀다.(웃음)
Q.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두 명을 연달아서 작품에 만나게 됐다. ‘왕사’ 임시완, ‘화랑’ 박형식 둘 다 왕 역할인데 어떤가?
A. 내가 ‘화랑’ 미술팀 분들을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 임시완 씨께서 “‘화랑’이면 형식이”라고 하시더라.(웃음) 두 분 다 좋은 것 같다. 전에 그룹(제국의 아이들)을 협찬한 적도 있어서 더 반갑기도 하다.
Q. 작품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좋은 마음이 드는 것인가?
A. 일단, 같이 하게 됐다고 하면 좋게 보인다. 필터가 하나 씌워져서 보이는 것 같다. 하하. 그리고 다들 진짜 좋으시다. 그렇게 나쁜 이야기를 할 만한 일도 잘 없다. 그리고 임시완, 박형식 두 분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칭찬만 하시는 것 같다. 내가 본 모습들도 다 좋았다. 그렇게 모두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좀 신기하고 부럽다. 나는 그렇게 될 자신이 없다.(웃음)
Q. 정재인 작가는 많은 것을 갖춘 사람이다. 주변의 시기와 질투는 없나?
A. 나는 누군가에게 시기와 질투를 살만큼 갖춘 것이 많지 않다.(웃음) 그렇게 보는 사람이 있다면 실제 내 모습이 아닐 것 같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좋게 봐주시고, 예뻐해 주시니까 좋은 기회들에 함께 하게 됐다. 나는 내가 좀 더 어른스러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보다 뭐가 많이 느린 것 같고, 아직 잘 모르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모르고 살 수 있으면 몰라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기는 하다. 근데 그래도 남들 아는 것들은 다 알고 싶다. 남들이 어떤 대화를 할 때, 내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으면 안 되는 것 같다. 알고도 나쁜 것들은 거르면 되니까 지금보다 아는 것들이 많아지고, 더 현명해지고 싶다. 김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