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2016~2017 여자농구 올스타전이 열린 용인 실내체육관. '도깨비'의 대사를 읊는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1400여 명 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화제의 드라마 '도깨비'의 한 장면이 코트 위에서 재연된 것이다. 여주인공 지은탁(김고은 분) 역을 맡은 소녀는 WKBL의 '라이징 스타' 김지영(19·부천KEB하나은행)이었고, 상대역인 김신(공유 분) 역을 맡은 큰 키의 소녀는 '한국 여자농구 10년을 이끌어 갈 보물'로 불리는 박지수(19·청주KB스타즈)였다.
두 선수는 올스타전 중간 이벤트인 'W스페셜' 코너를 통해서 드라마 재연 연기는 물론 걸 그룹 '트와이스'의 'TT'에 맞춰 깜찍한 댄스까지 선보였다. 'W스페셜'은 WKBL이 올스타전 중간에 마련한 특별 무대로 '스타 등용문'으로도 불린다.
두 시즌 전엔 홍아란(25)과 신지현(22·KEB하나은행)이 함께 '거위의 꿈'을 열창해 큰 호응을 얻었고, 지난 시즌엔 각 구단을 대표하는 얼짱 선수들이 치어리더 복장으로 인기 걸그룹 EXID의 'Ah Yeah', '위아래'에 맞춰 화려한 춤 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올 시즌은 김지영과 박지수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끼 넘치는 무대를 만들었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천연덕스럽게 배역에 몰입해 연기를 펼친 두 선수의 모습에 관중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을 위해 두 선수는 연기와 댄스 지도까지 따로 받았고, 김지영은 이환우(45) 감독의 '특명'을 받아 올스타전 전날 팀 동료와 함께 '노래방 특훈'까지 실시했다.
김지영은 "정말 떨렸는데 생각보다 즐거운 올스타전이었다. 이런 즐거운 무대에 설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키스신까지 마다하지 않은 '열연(?)'에 대해서는 "(박)지수가 리얼하게 하려면 입맞춤까지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머리카락으로 가리는 걸로 합의했다"며 수줍게 웃었다.
"정말로 행복한 적응기를 보내고 있다. 이런 무대에 서게 돼 기쁘다"고 올스타전 출전 소감을 전한 박지수도 "5시간 정도 연습한 결과였다. MVP를 받으면 TT 춤으로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며 내년 (MVP를)을 기약했다.
두 선수는 본업인 농구에서도 실력을 마음껏 펼쳐 보였다.
올 시즌 여자농구 신인왕 타이틀을 두고 경쟁 중인 두 선수는 코트 위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올스타전에 앞서 벌어진 WKBL 라이징 스타와 연예인 농구단의 이벤트 경기에 나서 남자들과 공을 다퉜고 본 경기에서도 소속팀의 승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핑크스타(우리은행·KDB생명·KEB하나은행)에서 뛴 김지영은 두 자릿수 득점(11점)을 올렸고, 블루스타(삼성생명·신한은행·KB스타즈)의 박지수도 12득점 7리바운드에 결승 득점까지 뽑아냈다. 끼도 재능도 신인왕감인 두 선수의 대결에 여자농구팬들의 환호는 더욱 커졌다.
경기 뒤 이어진 팬 사인회에서도 두 선수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 김지영과 박지수 앞에 늘어선 팬들의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어쩌면 WKBL로서는 김지영과 박지수의 존재가 여자농구를 살려줄 '도깨비'일 지도 모른다.
이날 올스타전은 블루스타가 102-100으로 핑크스타에 승리를 거두며 마무리됐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16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한 강아정(28·KB스타즈)이 받았다. 이경은(30·KDB생명)은 3점슛 콘테스트 1위에 오르며 박하나(27·삼성생명)의 3연패를 저지했다. 존쿠엘 존스(23·우리은행)는 비록 실패했지만 여자농구에서 보기 힘든 원핸드 덩크슛을 시도해 팬들의 박수를 받는 등 풍성한 볼거리로 팬들의 추억을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