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의 지난해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은 5.55였다. 그의 자리를 평범한 선수가 메운다면 롯데는 올해 5.55승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FA(프리에이전트) 황재균은 지난 15일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하며 원소속팀 롯데와 결별했다. 내야진에 3할 타율·25홈런 이상 기록해줄 타자가 없어졌다. 부산 팬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이대호(35)의 복귀는 아직 시작 단계도 거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새삼 새 외국인 선수 앤디 번즈(27) 영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두 시즌 롯데는 외국인 야수 카드 한 장을 외야수로 채웠다. 지난해 시즌 말 중견수 전준우가 복귀했고, 황재균은 FA 자격을 얻었다. 그래서 일찌감치 내야수로 포지션을 정했다. 그런데, 번즈는 공격보다는 수비가 장기인 선수다. 약화된 롯데 내야진 공격력을 어느정도 메울 수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의 시선이 쏟아진다.
번즈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지난해 4월 황재균이 엄지 발가락 부상을 당했을 때 기회를 얻은 손용석(30)은 선발로 나선 14경기에서 1할(0.184) 타율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도 0.244에 불과하다. 유격수와 3루수가 가능한 오승택은 2015년 5월까지 홈런 6개를 때려내며 주목을 받았다. 이때부터 황재균의 후계자로 꼽혔다. 하지만 유격수로 시작한 2016년 시즌 4월에 왼정강이 분쇄 골절상을 입었다. 8월 12일 복귀 이후 35경기에서 타율 0.260·3홈런에 그쳤다. 무엇보다 부상 이후 내야 수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문제다.
결국 번즈에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록 상 믿음이 크게 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경력은 10경기 출전이 전부다. 마이너리그 통산 610경기 타율도 0.264에 불과하다. 버팔로 바이슨스(토론토 산하 트리플A 팀) 소속으로 뛴 2015년엔 126경기에서 0.293로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2016년엔 0.230에 그쳤다. 트리플A에서 기록한 장타율은 0.320에 불과하다.
화려한 경력을 갖춘 선수가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에릭 테임즈(전 NC), 루이스 히메네스(LG), 앤디 마르테(전 kt) 등 한국 무대 첫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남긴 타자들은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2할 8푼을 넘었다.
구단은 번즈에 대해 "한국 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힘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잠재력도 있는 선수다"고 했다. 하지만 컨택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발끝을 한 번 튀겼다 스트라이드에 들어가는 일명 '더블 토 탭'은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지적을 받았다. 마이너리그에서 두 자릿 수 홈런을 친 시즌이 두 번. KBO리그 2루수나 유격수로는 미국 시절보다 더 많은 홈런을 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타선의 중심을 맡길 선수는 아니다.
롯데는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맨보다는 '중심 타자'가 필요한 팀이다. 기본이 약한데, 오히려 '디테일'에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