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순의 대명사' 명세빈이 독기를 품었다. 21년차 배우의 내공을 담아 변신의 칼을 갈았다. 1990년대 구축한 청순가련함을 벗고 새로운 '독한 여자' 이미지로 대중 앞에 서겠다고 각오했다.
명세빈은 '복귀'의 아이콘이다. 어딜가나 복귀한 소감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중들은 반가워한다. 그러나 실제 필모그라피를 열어보면 2010년 이래로 매년 꾸준히 작품을 해왔다. '세 자매' '아들녀석들' '제왕의 딸, 수백향' '킬미, 힐미'에 이어 이번에 '다시, 첫사랑'까지 안방극장에 계속 얼굴을 비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세빈에겐 복귀 질문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존재감의 문제였을 터. 매번 청순가련한 이미지로 얼굴을 비췄던 그이기에 요즘 추구하는 당찬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랬던 명세빈이 KBS2 일일극 '다시, 첫사랑'을 통해 가정을 지키는 복수의 화신으로 거듭나기로 했다. '다시 첫사랑'은 첫사랑에 갇혀 사는 남자 도윤(김승수)와 첫사랑을 지운 여자 하진(명세빈)이 8년 만에 재회한 이야기를 그린다. 빠른 전개와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동시간 1위를 줄곧 유지하며 인기 몰이 중이다.
특히 명세빈이 앞으로 기억을 되찾고 보여줄 복수를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윤창범 PD는 "하진이란 인물을 통해 우리 삶의 모던한 여성의 대변인으로 탈바꿈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다. 현실에서 펼치지 못한다고 하면 드라마 속에서나마 펼쳤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설명했다.
명세빈은 18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만나 "한 회사의 대표이자 가정도 있는 첫사랑을 되찾기 위해 복수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작가님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좀 더 복수의 분명한 이유를 만들어주실거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하진이는 어떤 일에도 다시 일어나며 단단해지는 인물이기에 복수를 넘어서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연기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3분의 1을 넘게 달려왔는데 체감상 훨씬 많이 찍은 기분이다. 힘든 만큼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다. 좋은 배우들과 제작진을 만나 날은 춥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찍고 있다"며 "나 또한 과거와 달라졌다. 청순 이미지만을 고수하고 있진 않는다. 새롭게 도전하는 마음으로 이 배역을 택한 만큼 열심히 독기를 품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다시, 첫사랑'을 시작으로 명세빈의 변신은 계속 된다. 그는 "앞으로의 전개에서 내가 보여줄 복수도 있겠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강하고 독한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며 배우로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