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선보이는 첫 영화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스크린 컴백까지 무려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데뷔 하자마자 주목 받았고 찬란하게 빛난 20대를 보냈다. 여전히 톱스타의 이미지가 강한 그이기에 이렇게까지 수다스러운 배우였는지 미처 몰랐고 알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았다.
"제가 감성 대비 공부가 부족한지라.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스스로를 낮추면서 너스레를 떠는 여유도,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취재진 한 명 한 명과 눈을 마주치는 배려도 의외성이 짙다. "예매율 1위면 좋은거죠? 개봉 때까지 떨어지는건 아니죠?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서요. 기자님들 말씀 녹음할 거예요!" 제발 영화 좀 많이 찍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샘솟게 만든 시간이다.
※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 15세 관람 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19세로 갈 수도 있었다. 정치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루긴 하지만 여러 면에서 수위 조절이 필요했다. 내레이션도 더 세게 할 수 있었지만 멈췄다. 솔직히 흥행도 생각해야 했고 무엇보다 작품의 콘셉트를 따져봤을 때 전달해야 하는 메시지가 15세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 내레이션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진행했나.
"아니다. 일단 맨땅에 헤딩했다. 감독님이 화면을 많이 안 보여 주셨다. 그림을 보고 하면 그림 타이밍에 맞춰 해야 하기 때문에 내레이션이 급해질 수도 있다. 일단 내레이션은 내레이션대로 따 놓고 그림과 함께 맞췄다."
- 한재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과 배우 관계이기도 하지만 동지 같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이 영화를 '같이' 만든 것 같다. 결국 연출은 감독님이 하는 것이지만 104회 차를 진행하는 동안에는 '더 킹'이 박대수의 일대기니까 나와 톤 앤 매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 과정이 굉장히 재미있었다."- 어떻게 맞춰 나갔나.
"관객들과의 싸움이라 하면 좀 건방지겠지만, 영화는 또 다른 의미로 관객들과 호흡하고 소통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예상대로 흘러가지만 어떤 반전과 평범한 예상을 뒤트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 점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일단 대본에 정답이 있기 때문에 대본대로 연기를 한다. 상식적으로 보편적인 연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신이 있다. 그럼 그 분위기 그대로 연기를 해 가이드를 만들어 놓고 또 다른 버전으로 연기를 한다. 그러다 보면 이 연기가 정답이지만 다른 연기가 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게 오케를 받아갔다."
- 한재림 감독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오래 촬영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근데 세상이 바뀌었다. 영화 현장도 무조건 표준 근로제에 맞춰 진행된다. 옛날처럼 찍어서는 만들 수가 없다. 회차가 늘어나면 배우는 그에 대해 받는 돈이 한 푼도 없어도 스태프들에게는 오버 차지를 다 내야 한다. 스태프 노조에서 정당하게 요구한다. 정은 정이고 일은 일이다. 많이 오래 찍으면 당연히 촬영 소스가 많기 때문에 편집할 때 편할 수는 있지만 시스템상 감독님이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도 나름 논리정연하게 촬영했다."
- 태수의 욕망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알아 차리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만 사실 태수도 자신이 어떤 길을 가는지 알긴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까 김밥을 그렇게 쓰게 먹지.(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라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올라간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내려올지언정 한 번쯤 올라가보고 싶다는 욕망이 태수를 그렇게까지 만든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태수에게는 가족 문제도 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이 필요하니까 본능에 의해 움직이다. 씁쓸하고 짠하다." - 그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다면 어떨 것 같은가.
"태수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일단 난 권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그 정도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 일을 하면서 살고 있을 뿐이다. 태수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조인성의 상황을 놓고 봤을 때, 태수와는 다르고 다른 길을 걷고 있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전에도 정부 저격, 권력층 저격 영화를 찍으면 어떤 불이익을 당한다는 이야기는 끊임없이 들렸다. 그런 것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이제서야 민주주의 교육의 현장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주권을 발휘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 '더 킹'은 국민으로서 당연히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물론 '그런 일들이 있다더라'라는 막연한 이야기 때문에 발언을 더 자유롭게 못 했던 것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는 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용기 필요했다.
하지만 난 '솔직히 이런 것을 하는건 좀 어려운 일인데 용기내서 하겠어!'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뭐야, 이 이야기 하면 안 되는 거였어? 이 정도도 이야기 못해? 내가 정치적으로 무슨 발언을 했는데. 말로 했어? 영화를 통해 보여줬지.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도 못해? 그럼 난 뭘 하라는거야'라는 생각이 컸다. 단순하게 생각하니까 무섭지는 않더라."
- 무대포라기 보다는 신념이 확고한 것 같다.
"만일, 혹시 그런 합리적인 의심이 실제가 됐을 때, 최근 공개된 블랙리스트처럼 그런 것을 제재하거나 탄압하려고 하면 관객들이 지켜주지 않을까 싶었다. '죄 없는 영화인들이 그런 일을 겪는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고 같이 싸워주실 것 같았다. 인간 대 인간으로.(웃음) 서로 공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특별한 외압은 없었다." - 현직 검사들과 국회 등 현실의 부패함이 드러났을 때 어떤 마음이 들던가.
"대부분의 검사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일부분 때문에 전체가 그렇게 인식되는 것은 다른 검사 분들에게는 꽤 억울한 상황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 킹'의 내레이션에도 나오지 않나. 결국 정의는 승리하는 것 같다. 그들도 자신들이 청문회에 설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엊그제도 TV에 나오시던데. 우리가 나오라고 했나? 본인들이 나왔지. 혼날 것은 혼나고 특검에서 밝혀낼 것들은 밝혀내리라 생각한다. 자기 자신은 못 속인다. 반드시 심판의 날은 온다."
- 평소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나.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내 무지함이 낳은 결과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부터 내 평가를 하자면 '내가 무지하지 않았다면, 주권의식을 철저하게 생각했다면 이 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너 진짜 관심 없었구나' 반성했다. 나 같은 한 명 한 명이 모이면 큰 힘이 될테니까. 그것이 최악이라면 앞으로 일어날 차악을 막기 위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해야겠다 다짐했다."
- 투표부터?
"맞다. 실제 촬영장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투표에 대한 의식과 인식이 거의 없었는데 요즘에는 무조건 촬용을 스톱시키고 투표를 먼저 하게 만든다. '더 킹'을 촬영할 때도 선거철이었는데 당연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