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에 열리는 제 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는 4개국 6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1라운드는 한국 서울, 일본 도쿄, 미국 마이애미, 맥시코 할리스코에서 치러지며 2라운드는 도쿄와 미국 샌디에이고, 준결승 및 결승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야구의 종주국이자 WBC의 개최국인 미국은 야구의 세계화를 표방하며 최대한 많은 곳에서 야구 경기가 열릴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초대 대회 때부터 개최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대회 규칙에 많은 입김을 가했다. 최대한 미국에 유리한 대진을 짜서 쉽게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속셈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미국의 바람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고, 우승은커녕 준결승에 오른 것도 3회 중 1번에 불과했다.
초대 2006 WBC에서는 준결승 진출 대진을 A조와 B조 크로스 토너먼트가 아닌 같은조 1, 2위 팀끼리 붙게해 미국은 준결승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많이 포진한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같은 팀과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2라운드 첫경기에서 일본을 꺾은 뒤 한국과의 경기에서 이승엽과 최희섭에 홈런포를 허용하며 3-7로 완패했고, 멕시코와 마지막 경기에서도 졸전을 거듭한 끝에 1-2로 패하며 준결승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희한한 규정덕에 한국은 준결승까지 일본을 3번이나 만났고, 결국 준결승에서 패하며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회 2009 WBC에서 미국은 더블일리미네이션과 크로스 토너먼트제를 도입해 한국과 일본과 피했다. 2라운드 푸에르토리코와의 첫 경기에서 1-11로 완패한 미국은 네덜란드를 꺾고 다시 푸에르토리코를 다시 만났고 9회까지 3-5로 뒤지며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9회말 터진 데이빗 라이트의 끝내기 안타로 기사회생하며 첫 준결승 진출을 이뤘다. 그러나 일본과 만난 준결승 전에서 에이스 로이 오스왈트가 무너지며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3회 2013 WBC에서는 2회 연속 만난 푸에르트리코와의 일리미네이션 경기에서 패하며 또 다시 준결승 실패.
3회 연속 망신살이 제대로 뻗친 미국은 또 다시 한번 꼼수를 부렸다. 항상 발목 잡았던 선발투수진을 유연하게 운용하기 위해 28인 최종엔트리 이외의 ‘투수 예비엔트리’ 제도를 도입한 것. 이 엔트리에는 투수 10명까지 이름을 올릴 수 있으며 라운드 사이사이 마다 최대 2명까지 교체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2라운드 내지 준결승부터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1~2선발급 선수를 교체해서 활용할 수 있다. 선수입장에서도 부담이 줄 수 있다. 2월 중순부터 구단에서 열리는 스프링캠프를 3~4주 가량 정상적으로 소화한 뒤 WBC 일정에 합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주 MLB.com 존 모로시에 따르면 미국 대표팀에서 샌프란시스코 에이스 매디슨 범가너 합류에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굳이 이런 제도까지 도입한 이유는 지난 대회에서 합류한 미국 대표팀의 선발투수 이름을 보면 알 수 있다. 2006 WBC의 경우 1선발 투수가 만 43세 투수인 로저 클레멘스였다. 그 뒤를 제이크 피비와 돈트렐 윌리스가 받쳤지만 무게감이 떨어졌다. 2회 2009 WBC에도 로이 오스왈트외에 합류한 선수는 테드 릴리와 제레미 거스리가 있었으나 이들은 에이스와는 거리가 먼 선수들이었고 2회 연속 참가한 피비도 2008시즌 어깨와 팔꿈치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닌 상황이었다. 3회 2013 WBC도 마찬가지. 20승 듀오 R.A. 디키와 지오 곤잘레스가 포진했지만 그 외 나머지 구성(데릭 홀랜드, 라이언 보글송)이 아쉬웠다. 1라운드에서 결승까지 약 2주간의 일정을 치르는데 제대로 된 3인 로테이션조차 구성하기 힘들다 보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질 리 만무했다. 현재 4회 2017 WBC에 공식적으로 참가를 발표한 선발투수는 3명이다.(맥스 슈어저, 크리스 아처, 마커스 스트로만) 모두 팀 내에서 에이스로 활약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선수지만 전년도 사이영상 수상자 슈어저를 제외하고 아처와 스트로만은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예비 명단에 매디슨 범가너를 비롯해 클레이튼 커쇼, 노아 신더가드, 코리 클루버, 데이빗 프라이스, 저스틴 벌랜더 같은 선수들이 포함 되어 이들이 2라운드 이후 참가의사를 나타낸다면 미국 대표팀 전력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타선은 마이크 트라웃과 브라이스 하퍼가 최종 불참을 선언하면서 미국이 구축할 수 있는 초호화 라인업을 구성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면면을 살펴보면 무시할 수 없다. 포수에는 메이저리그가 대표하는 공수겸장 포수인 버스터 포지와 조나단 루크로이가 합류한다. 내야에는 30홈런-30도루 1루수인 폴 골드슈미트를 비롯 놀란 아레나도, 이안 킨슬러, 에릭 호스머, 맷 카펜터, 브랜든 크로포드, 대니얼 머피 등이 참가의사를 나타냈고, 외야는 애덤 존스, 앤드류 매커친,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공식적으로 참가를 밝혔다. 특히 내야에선 주전으로 나설 확률이 높은 골드슈미트-킨슬러-크로포드-아레나도는 모두 골드글러브 수상경력이 있는 선수로 WBC에서 이들의 화려한 수비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표팀 우승의 관건은 경기에 대한 열정과 의지다. WBC 경기를 국가를 대표하는 경기로 인식하는 한국과 일본과는 달리 미국 대표팀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WBC 경기를 단지 4월에 개막하는 메이저리그 시즌을 준비하는 경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아 졸전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탁월한 실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경기를 시범경기로 인식하느냐 아니면 월드시리즈 7차전으로 인식하느냐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스타 선수들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한데 골드슈미트, 존스, 매커친 같은 팀 내 클럽하우스 리더들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한편, 이번 대회의 수장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감독 출신 짐 릴랜드가 맡는다. 지난 대회 조 토레에 이어서 경험이 풍부한 감독을 다시 한 번 선택했다. 전임 토레와는 달리 릴랜드로부터 단기전에 좋은 기억은 없는 편.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 시절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긴 했으나 디트로이트 재임기간(2006~2013) 올랐던 월드시리즈(2006, 2012)에선 각각 토니 라루사(세인트루이스)와 브루스 보치(샌프란시스코)에 분루를 삼켰다.
반승주(야구공작소) 야구 콘텐트, 리서치, 담론을 나누러 모인 사람들. 야구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공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