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는 올림픽을 비롯한 다른 국제 대회와 비교했을 때 크게 차별화된 부분이 있다. 투수 보호 규정이다.
시기적으로 대회가 메이저리그를 비롯한 각국 프로리그 개막 직전에 열린다. 4월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선수들에게 부담이 된다. 날씨도 쌀쌀하다. 그래서 2006년 초대 대회부터 투수 보호 규정을 뒀다. 특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 4회 WBC는 미국시간으로 3월 7일 개막해 22일까지 열린다. 메이저리그 개막일은 4월 2일이다.
KBO 관계자는 1월 31일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대회 요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3회 대회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3회 WBC에서 선발투수는 1라운드 최대 65개, 2라운드 80개, 준결승전 이후는 95개까지 투구가 가능했다. 50구 이상을 던지면 4일 쉬고, 30구 이상을 던지거나 이틀 연속 등판했을 경우에는 하루를 무조건 쉬어야 했다.
2013년 대회 1라운드 네덜란드전에 선발 등판한 우완 에이스 윤석민(현 KIA)은 0-1로 뒤진 4회 1사 1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투구 수 58개. 한 타자를 더 상대했을 경우 65개를 넘길 수 있었다. 더 던질 수 있어도 규정상 강제적으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구원투수 노경은이 안타 두 개와 볼넷 1개로 2실점하면서 스코어는 순식간에 0-3으로 벌어졌다.
초반 라운드일수록 불펜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발투수 이닝당 평균 투구 수가 15개라면 1라운드에선 4회가 지나면 불펜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빠르면 3회부터 불펜이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최대 투구 수 80개가 적용되는 2라운드에서도 5~6회면 불펜이 몸을 풀어야 한다. 적재적소에 어떤 투수를 투입해 상대 흐름을 끊느냐가 중요하다. 특히 투구 수를 관리하면서 휴식일을 이용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코칭스태프는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다.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는 "WBC는 선발투수의 비중이 높지 않다. 투구 수나 연투 규정이 있어서 불펜이 중요하다. 힘든 대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각 라운드별로 2명까지 투수를 교체할 수 있는 예비엔트리 제도가 적용된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는 오히려 불리한 제도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현재 전력으로 정면 돌파하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부상 선수 등 돌발 상황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가 많은 미국 같은 팀에는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