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그들만이 사는 세상'이다. 같은 하늘 아래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슬슬 수면 아래에서 수면 위로 올라와 활동 재개 시동을 걸고 있다.
특히 2월 9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치러지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두 번째 작품 '밤의 해변에서 혼자'가 경쟁부문으로 공식 초청 받으면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나란히 베를린행 비행기에 올라 탈 전망이다.
영화제 측에 따르면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16일 레드카펫 행사와 함께 첫 공식 상영을 갖는다. 경쟁부문 진출작이기 때문에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는 감독과 주연배우 자격으로 레드카펫에도 나란히 설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불륜 스캔들 이후 공식석상에 함께 서는 것은 처음이다.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스토리. 김민희가 연기한 주인공 영희는 유부남과의 관계로 스트레스를 받고, 남자는 영희에게 '갈 것이다'고 말하지만 영희는 그를 불신한다. 그리고 아는 사람의 집에서 식사를 하고 바다로 향한다. 영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친구에게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도 날 그리워할까?'라고 묻는다.
또 강원도 강릉을 주 배경으로, 영희는 옛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 후 홀로 바닷가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인생에서 사랑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알고싶어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 홍상수 감독은 매일 아침마다 당일 촬영할 분량의 시나리오를 써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을 추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만든 모든 영화들은 홍상수 감독이 직접 겪고 경험한 이야기를 담아냈던 것이었고, '밤의 해변에서 혼자'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젠 혼자만의 경험이 아닌 김민희에 의한, 김민희를 위한 영화로 조금 변질됐다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일까. 이쯤되면 멜로 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다. 감독과 배우, 예술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작품을 통해서만 한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고, 수상을 논하는 경쟁부문 후보에 올렸다. 또 해외에서는 이들의 스캔들이 그다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않을 것. 다만 국내에서는 상당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어 베를린영화제 그 후 분위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